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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 시계 70년 빨라졌다, 기온 3도 오르면 생길 끔찍한 일

중앙일보

입력

※ '알지RG'는 '알차고 지혜롭게 담아낸 진짜 국제뉴스(Real Global news)'라는 의미를 담은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해 9월 미국 서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연기로 캘리포니아 금문교 일대가 붉게 물들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 속에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등 3개 주를 비롯한 서부 전역에서 수십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미국 서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연기로 캘리포니아 금문교 일대가 붉게 물들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 속에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등 3개 주를 비롯한 서부 전역에서 수십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AP=연합뉴스]

2100년. 그린란드 빙하는 이미 녹았고, 아마존 우림지대, 산호초 군락도 사라졌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이탄(泥炭)층 대지가 불에 탄다. 저위도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면서 작물 재배량도 급감해 식량 확보를 위한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기근으로 인한 사망 300만명, 해안 침수 피해 인구 1억7000만명, 생물종의 50% 가까이가 멸종했다. 온난화를 되돌릴 ‘티핑포인트’는 이미 지났다. 영구동토층, 북극과 남극마저 완전히 녹아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되면, 머지않아 대멸종이 시작된다.

지구의 기온이 1880년 산업 혁명 이전 대비 섭씨 3도 상승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0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 Gap Report)를 통해 “현재 추세대로면 2100년이 되기 전 지구 온도는 3.2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알지RG] #인류 목표 2100년까지 1.5도↓ 상승 #과학자들 "1.5도까지 9년 남아" #"이미 시베리아 동토층서 메탄 누출도"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기준치보다 1.2도 가량 상승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1도 진행되면 전세계에서는 폭염, 폭우, 가뭄, 혹한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2017년 전후 1도를 넘어가면서 이상 기후는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올 여름만 해도 북미는 40~50도 수준의 폭염으로 산불이 끊이지 않았고 서유럽과 중국 중부지방에서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의 강우량이 한번에 쏟아지면서 큰 인명 피해를 입었다. 중동 지역은 50도의 폭염과 함께 가뭄을 겪고 있다. 이란에선 가뭄 탓에 주민 시위까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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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목표였던 1.5도, 9년 뒤에 온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이달 17일부터 사흘간 쏟아진 비로 물난리가 발생했다. 시민들이 밧줄을 이용해 급류에 휩쓸려가는 시민을 구하고 있다.[더스타 뉴스 유튜브]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이달 17일부터 사흘간 쏟아진 비로 물난리가 발생했다. 시민들이 밧줄을 이용해 급류에 휩쓸려가는 시민을 구하고 있다.[더스타 뉴스 유튜브]

이런 이상 기후의 발생은 더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리히 피셔 스위스 연방공과대학 교수가 2015년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준치 대비 0.85도 상승했던 당시에도 이미 극한 기후가 잦아지고 있었다. 피셔 교수는 "폭염은 1.5도로 상승시 (2015년 대비) 두배로, 2도로 상승시 1.5도 대비 두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 폭발적 변화를 일으키는 시점)마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과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불과 9년 뒤인 2030년에 1.5도 상승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1.5도는 현재 인류가 2100년까지 넘기지 않도록 한 목표치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국가들은 2100년까지 2도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가 2018년 인천에서 열린 48차 IPCC 총회 때부터 1.5도로 목표를 조정했다. 2도도 위험하다는 내용의 보고서 ‘지구온난화 1.5도’가 발표되면서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되는 티핑포인트가 1.5도에서 2도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티핑 포인트가 지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과학학술잡지 네이처에는 티핑 포인트가 1~2도 사이에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수석 연구자인 팀 렌튼 영국 엑시터대 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뭄으로 갈라진 땅 [중앙포토]

가뭄으로 갈라진 땅 [중앙포토]

AFP통신이 입수해 지난 6월 보도한 미공개 IPCC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1.5도도 장기간 지속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5도만 넘어도 기존의 생명체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의 변화가 찾아온다. 5억 인구가 의존하는 생태계인 산호초가 사라지고 북극 지방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폭염으로 인한 화재와 폭우는 현재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빈도로 발생한다. 3억5000만명의 도시인들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에 노출된다.

“2050년 2도 예상…동토층 메탄 누출 가능”

해빙된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해빙된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AFP에 따르면 IPCC는 2050년에 2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2도에서는 작물 재배 체계가 붕괴돼 수천만명이 만성 기아에 직면하고, 해안 도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 도시인구 4억1000만명이 물부족 상태가 된다. 극단적인 폭염에 노출되는 인구도 4억2000만명으로 예상된다. 그린란드와 남극 서부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13m 가량 상승한다. 과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로 꼽히는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이 녹아 수십억t의 메탄이 누출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30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메탄 대량 누출은 기온 상승을 가속화한다.

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지난 5월 세계기상기구(WMO)는 5년 뒤인 2026년까지 1.5도를 돌파할 확률이 40%라고 발표했다. 국제연합(UN)도 ‘남극의 빙하와 북극 해빙이 급속도로 줄고 있으며 북극의 영구 동토층도 이미 녹기 시작해 메탄가스를 방출하기 시작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인용한 바 있다. 마크 라이너스는 저서 『6도의 멸종』(2014)에서 지구의 온도가 6도 상승하면 메탄 하이드레이트('불타는 얼음'으로도 불리는 고체 에너지원, 대기권 존재 메탄가스 양의 300배 포함 추정)가 대량 방출돼 모든 생물체가 대멸종 상태가 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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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추가 조치 필요”

한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제로”라는 목표를 설정한 이유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현재의 대응으로는 지구의 온도가 3~4도 가량 오르는 길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UNEP는 기한을 2030년으로 설정했다. ‘2030년까지 상당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실패할 경우 지구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대해서도 현재의 정책을 넘어서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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