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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곰, 처음 세상 밖 구경하자마자 숨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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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곰'으로 불린 유럽 불곰 잠볼리나. 사진 포포스 트위터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곰'으로 불린 유럽 불곰 잠볼리나. 사진 포포스 트위터

우크라이나 서커스단에서 한평생 학대를 당해왔던 곰이 구출된 지 채 1년이 안 돼 세상을 떠났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서커스 곰 출신인 잠볼리나(12)는 치과 수술을 위해 마취 주사를 맞은 직후 숨졌다.

잠볼리나는 지난 2009년 1월 크림반도 얄타 동물원에서 태어난 지 몇 주가 되지 않아 서커스단으로 바로 옮겨졌다.

이후 잠볼리나는 10여년을 고된 훈련과 공연을 반복하며 서커스 곰으로 살아왔다. 공연을 제외한 대부분 시간은 자신의 몸집보다 작은 우리에서 웅크려 지냈다. 다른 곰은 보지 못한 채 한평생 외롭게 자랐던 잠볼리나를 두고 일부 언론은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잠볼리나는 지난해 12월 국제 동물보호단체 ‘포포스’(Four Paws)에 구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공연이 무기한 열리지 않으면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던 주인이 결국 잠볼리나를 넘기기로 한 것이다.

구출된 잠볼리나는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 있는 아로사베어랜드 보호구역으로 옮겨졌다. 오랜 시간 학대를 당해왔던 잠볼리나는 새로운 환경을 낯설어했지만 곧 적응했고, 본능적으로 겨울잠에 들어갔다.

지난 5월 긴 잠에서 깬 잠볼리나는 처음으로 세상 밖을 구경했다. 그러나 행복과 자유도 잠시, 잠볼리나는 지난 5일 치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마취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결국 깨어나지 못하며 세상을 떠났다.

포포스는 성명을 통해 "잠볼리나가 마취 주사를 맞은 직후 알 수 없는 이유로 호흡이 멈췄고, 소생을 위해 노력했지만 불행히도 세상을 떠났다"며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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