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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업, 이젠 본사 직원도 인도로 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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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런던 증시에 상장된 온라인 여행사 e부커스(ebookers PLC)는 지난해 핀란드인 젊은이 다섯명을 뽑아 인도 뉴델리의 콜센터로 보낸 데 이어 올해도 유럽 각국의 지원자들을 인도지사로 보냈다.

이들은 뉴델리 현지의 콜센터에 앉아 e-메일과 전화로 영어권뿐 아니라 전 유럽 사람들에게 여행상품 상담을 하게 된다.

급여는 유럽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원자가 적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외국의 새로운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한 덕에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스위스.아일랜드.독일 등지에서 50명이 넘는 젊은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은 13일 비용 삭감에 고심해 온 영국 여행사가 콜센터에 이어 비영어권 유럽 직원들까지 인도로 이주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AWSJ은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 등지에서 불고 있는 서비스 분야의 개도국 이전 바람의 최신 사례라고 전했다.

e부커스의 사례는 비(非)영어권 지역 다국적기업의 고용 전략에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미 기업의 경우 영어권인 인도나 필리핀과 같은 지역으로 서비스나 시설 이전이 용이하지만 기타 다른 유럽 국가는 언어가 달라 해외 진출이 어려웠다.

하지만 e부커스는 비영어권 지역에 대한 서비스도 인도 등 개도국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이런 현상 덕분에 현재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 수출이 지난 3월까지 12개월 동안 26% 상승한 95억달러에 이르렀다.

e부커스 뉴델리지사의 프라샨트 사니 지사장은 "유럽에서 온 직원들이 초봉 6천달러에 별도로 주택 비용을 지원받고 있는데 물가가 싸 만족하는 편"이라며" 덕분에 유럽에서와 같은 수준의 직원들을 고용하고도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기업의 경우 동부 아프리카 모리셔스 등 프랑스어권이 인도보다 더 매력적인 시설 및 직원 이전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콜센터와 연구센터 해외 이전은 이미 흔한 일이 돼버렸다. 전 세계에 영업망이 뻗어 있는 프랑스의 대형 보험사 AXA는 최근 영국 고객들을 위해 고객센터를 인도 방갈로르로 옮겼다.

독일의 사무용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SAP는 미국에서 드는 비용의 17% 수준으로 인도에서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고 있다.

인도와 같은 영어권인 미국.영국 기업들의 콜센터.연구센터 이전은 더욱 활발하다.

영국은 유럽연합(EU) 전체 경제력의 20%에 못미치지만 인도에 정보기술(IT)업체와 콜센터를 내보낸 유럽 기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골드먼삭스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3년간 IT 분야의 일자리 20만개가 해외로 이전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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