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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료 반값’ 민자의 함정…‘50년 분할납부’ 자식세대 괴롭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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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갑생 교통전문기자의 촉: 통행료 인하와 미래 세대

천안논산고속도로와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들이 통행료 인하를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논산고속도로와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들이 통행료 인하를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운영 중인 민자고속도로는 모두 19개입니다. 이들 도로의 지난해와 전년도의 통행량·통행수입을 살펴보면 특이점이 몇 개 눈에 띄는데요.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항공산업이 크게 위축된 탓에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인천대교를 이용하는 차량이 급감했습니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고속도로의 통행료 수입은 35% 넘게 줄었고, 인천대교도 31% 감소했는데요.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천공항의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대폭 줄어든 때문이라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량 늘었는데 수입 급감, 천안논산선

 하지만 이런 영향이 아닌데도 지난해 통행료 수입이 유독 많이 줄어든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바로 천안논산고속도로인데요. 통행료 수입이 2019년 1564억원에서 지난해에 914억원으로 41.6%나 급감한 겁니다.

 그런데 이 도로의 지난해 통행량은 전년도보다 약 2%가량 늘었습니다. 통행량이 줄지도 않고 소폭이지만 증가했는데도 왜 통행료 수입이 이처럼 대폭 줄어든 걸까요.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지난해 통행료 수입이 크게 줄었다. [연합뉴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지난해 통행료 수입이 크게 줄었다. [연합뉴스]

 이유는 2019년 말에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통행료가 승용차 기준으로 최대 47.9%나 내렸기 때문입니다. 승용차로 전 구간을 달릴 경우 9400원이던 통행료가 4500원으로 크게 낮아진 겁니다.

 통행량은 크게 변동이 없었지만, 요금이 낮아진 탓에 수입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없었던겁니다. 앞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옛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요. 2018년 3월부터 통행료를 33% 낮추면서 통행량은 늘었지만 수입은 감소했던 겁니다.

 대구부산선도 올해 수입 크게 줄 듯

 대구부산고속도로도 지난해 통행료 수입 2위(1353억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 말 통행료가 52.4%나 인하됐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낮춰지는 건 정부가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민자도로 공공성 강화' 정책의 영향입니다. 정부는 '동일서비스 동일요금'이라는 기치 아래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낮추고 있는데요.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민자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라면 당장 통행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돼 반가울 겁니다. 그러나 통행료 인하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앞서 통행료를 많이 낮춘 민자도로에는 '사업 재구조화'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현재 민자도로는 민간사업자가 자금을 투입해 도로를 건설하고 이후 30년 동안 운영하면서 통행료 수입 등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운영기간 20년 연장 사업재구조화

 이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면 민자사업자는 투자비 회수 때문에라도 정부 요구대로 통행료를 대폭 인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30년의 기간이 끝난 뒤 운영권을 넘겨받아 추가로 20년 이상 운영하면서 투자비를 뽑아낼 새로운 민간사업자를 정부가 찾은 겁니다.

 이 사업자가 통행료 인하에 따른 기존 사업자의 손실을 먼저 메워주고, 나중에 직접 운영하면서 이를 회수하는 게 바로 사업재구조화입니다. 그런데 천안논산고속도로와 대구부산고속도로는 마땅한 신규사업자를 찾기 어려운 탓에 도공이 총대를 멘 상황입니다.

 다소 복잡하지만 좀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30년이면 끝날 민자도로의 운영기간이 요금 인하를 추진하면서 다시 20년 이상 늘어나게 된 겁니다. 만약 30년으로 종료된다면 도로의 소유권을 가진 정부는 새로 관리기관을 지정해서 운영을 맡길 겁니다.

사업재구조화로 민자사업자의 운영기간이 20년 이상 더 늘어난다. [뉴스1]

사업재구조화로 민자사업자의 운영기간이 20년 이상 더 늘어난다. [뉴스1]

 이때 유지보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통행료를 무료로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존 요금이나 재정고속도로의 통행료보다 낮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투자비를 다 회수한 도로이기 때문입니다.

 미래 세대가 지금보다 적은 부담으로 민자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그러나 정부가 사업재구조화를 통해 통행료를 낮추는 대신 운영기간을 더 늘린 탓에 미래 세대는 이런 혜택을 보려면 2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만 합니다.

 "미래 세대에 부담 떠안기는 방안"    

 이 때문에 민자도로 공공성 강화정책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방안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 방안의 정책목표를 두고도 논란입니다. 자칫 정부가 승용차 이용을 권장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정부가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 이용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삼은 게 아니라면 왜 굳이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일괄적으로 낮춰 승용차 이용을 권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수도권 제1순환선도 요금을 낮추면서 운영기간을 20년 더 늘렸다. [뉴스 1]

수도권 제1순환선도 요금을 낮추면서 운영기간을 20년 더 늘렸다. [뉴스 1]

 가급적 통행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정책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도로별 특성과 장단점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통행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건 곤란합니다.

 게다가 그 방안이 현세대가 좀 더 혜택을 누리기 위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면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정책 목표와 방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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