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 현금 쌓았다…반도체 부족은 '방 안에 고릴라'

중앙일보

입력 2021.08.04 11:39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대기 중인 완성차. 연합뉴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대기 중인 완성차.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재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마다 상반기 호실적을 냈다. 부품 부족 현상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마진이 높은 차량 위주로 생산해 위기를 돌파하고, 코로나 19로 차량 수요가 늘자 가격을 올린 점이 덕을 봤다.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는 상반기 매출 753억 유로(약 102조원)를 기록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한 수치다. 지난 1월 FCA(피아트·크라이슬러 등)와 PSA(푸조·시트로엥 등)를 합병해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코로나 19 여파로 차량 판매 대수가 2019년보다 100만대 이상 급감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가장 극적인 반등을 이룬 업체가 됐다. 특히 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익(EBIT)은 86억 유로(약 11조원)로 지난해 상반기보다(7억5000만 유로) 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11.4%는 기존 전망치(5.5~7.5%)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BMW·다임러·포드·현대차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도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BMW의 2분기 매출은 285억 유로(약 38조원)로 지난해보다 4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다임러의 매출은 453억 유로( 약 61조원)로 44%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도 2분기에 3조3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상반기 완성차업체의 호실적은 반도체 부족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수익성 위주 생산·판매 정책을 고수한 결과다. 또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대당 판매 가격(ASP)은 상승했다. 특히 미국 시장이 그렇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기아 텔루라이드 등 인기 SUV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약 5000달러(약 550만원)의 웃돈을 줘야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스텔란티스코리아는 한국에서 판매 중인 지프의 가격을 차종에 따라 100만~300만원 인상했다. 지난해 말 경쟁적으로 펼친 '수입차 할인'과 상반된 현상이다.

완성차업체마다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향후 실적에서 '반도체 부족'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상반기 약 70만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으며, 올해 총 140만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반도체 부족 현상을 "방안에 자리 잡은 큰 고릴라"라며, 향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세계 2위의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피니온도 글로벌 칩 부족 현상이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피니온은 코로나 19 여파로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공장의 생산 차질이 지속하고 있으며, 재고량이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독일 아이포(Ifo) 경제연구소는 독일 자동차 업계와 협력사들이 30년 만에 최악의 칩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65%였으나, 최근 83%로 늘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차량 생산과 재고가 줄어든 가운데, 글로벌 주요업체들이 영리하게 장사를 잘 했다"며 "전기차 전환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상태에서 현금을 쌓을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 등 불안정한 부품 수급으로 인해 고수익 기간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미지수"라며 "지금 수익성과 판매를 유지하면서 전기차로 발 빠르게 전환하는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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