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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백신 쓸어담는데, 한국은 내년분 계약물량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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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일 서울 용산구청에 마련된 백신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외국인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이날 누적 1차 접종자는 오전 10시20분 기준으로 2000만4714명을 기록했다. [뉴스1]

3일 서울 용산구청에 마련된 백신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외국인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이날 누적 1차 접종자는 오전 10시20분 기준으로 2000만4714명을 기록했다. [뉴스1]

내년에 한국에 공급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계약 물량은 ‘0’이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추가 계약을 맺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머뭇거리다 지난해처럼 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체 백신 도입 물량은 1억9300만 회분(1억 명분)이다. 4분기 때 절반 가까운 9000만 회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백신이 얼마만큼 들어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체 물량만 놓고 보면, 국민 모두 접종을 완료(2회 접종)하고도 남는다.

정부, 5000만회분 제약사와 협상 #일본·유럽·대만은 이미 물량 확보 #“작년처럼 또 때를 놓치나” 우려 #‘K백신’ 기대하지만 개발속도 더뎌

하지만 4분기에 만 12~17세 소아·청소년으로 접종을 확대하고, 60대 이상 고위험군과 의료인력·경찰·소방공무원 등 사회 필수인력을 대상으로 차례로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이뤄질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12~17세만 279만 명가량이다. 4분기 물량을 내년도 비축분으로 사용하기엔 빠듯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50대 미만에는 접종할 수 없는 아스트라제네카·얀센, 아직 사용 승인 전인 노바백스 물량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는 점도 한계다.

4차 대유행을 겪으면서 ‘토착화’ 가능성도 나온다. 연례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개별 제약사와 접촉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물량은 5000만 회분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는 초기 협상 단계”라며 “어느 정도 확정적 결과들이 나오면 해당 내용을 상세하게 브리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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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달리 일찌감치 내년분 물량을 확보한 나라들도 있다. 접종 선도국 이스라엘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지난 4월 내년도 화이자 백신 1800만 회분을 추가 계약했다. 유럽은 2023년까지 쓸 수 있는 화이자·모더나를 확보한 상태다. 일본은 내년에 쓸 모더나 백신 5000만 회분을 지난달 계약해 뒀다. 여기에 더해 추가 물량 선구매 협상에 나섰다. 대만은 모더나와 내년에 쓸 백신 2000만 회분에 더해 변이용 부스터샷 등 2023년 1500만 회분 공급계약을 맺었다.

선진국의 ‘백신 쓸어담기’가 가속될수록 한국이 백신 확보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정부의 내년도 백신 수급정책이 준비가 안 돼 보인다”며 “민관이 함께해야 한다. 백신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와 전략을 짠 뒤 제약사와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K백신 개발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손영래 반장은 “백신 공급사는 소수인 반면, 구매하려는 국가는 모두다 보니 협상 과정에서 구매자 열위 상황에 빠지게 된다”며 “특히 안전·효과성이 있다는 판단이 두드러진 mRNA 기전 백신은 더욱 그렇다. 국산 백신의 개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도가 더디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국내 기업은 총 7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하게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하지만 mRNA는 큐라티스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임상 1상 단계다. 큐라티스는 지난달 19일 식약처의 임상 승인을 받았다. 그나마 지난 6월 에스티팜과 한미약품, GC녹십자,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등이 차세대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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