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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매트릭스 될까? 中 미래 사회의 두 얼굴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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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디지털 법가를 통해 구상하고 있는 미래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 것인가?  

우리는 일당독재와 기술을 통한 감시사회의 결합이라고 하면 대부분 막연하게 조지 오웰의 『1984』나 『매트릭스』와 같은 SF 영화를 떠올린다.

중국은 실제로 그런 숨 막히는 미래 사회로 향해갈 것인가?

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재 중국이 계획하고 시범운용 중인 ‘사회 신용시스템’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허베이 성에서 모의고사를 치기 전에 교사가 학생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하여 지문인식기와 안면인식기를 사용하고 있다.ⓒAP

중국 허베이 성에서 모의고사를 치기 전에 교사가 학생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하여 지문인식기와 안면인식기를 사용하고 있다.ⓒAP

중국은 2014년 “사회신용시스템 건설 강요 2014~2020”를 발표했다. 이 계획은 중국이 2020년까지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수집된 개인의 신용 및 금융 정보, 범죄 이력이나 사회활동 등 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개인에게 일정한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수 변동에 따라 대출, 교육, 의료 보장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 개인은 신용 평가를 바탕으로 은행 대출과 금융 거래에 제한을 받기도 하고 법규 위반이나 범죄 이력 등으로 인해 특정한 직종에서는 취업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은 다른 국가들과 다른 점이 있다.

첫째, 분야별로 적용되는 신용 평가나 법규 위반 조회 등을 다 한곳으로 모아서 총체적인 개인에 대한 평가로 새로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 사회신용을 점수로 매겨서 여러 분야에서 보상과 처벌의 잣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셋째, 중국의 발전된 ICT 기술과 감시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국가가 이를 빅데이터로 수집한다는 점이다.

베이징에서 열린 시큐리티 차이나 2018 전시회에서 교통 감시 소프트웨어를 시연하고 있다. ⓒ로이터

베이징에서 열린 시큐리티 차이나 2018 전시회에서 교통 감시 소프트웨어를 시연하고 있다. ⓒ로이터

2021년 현재 중국은 여전히 시범 도시 혹은 시범 지역에서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의 사회신용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사회신용 점수가 낮은 이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고속철도나 비행기를 비롯해 고급 숙박시설 이용 등에서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 처벌은 강력하게 집행된 것은 아니다. 고속철도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일반 열차는 이용 가능하다거나, 고급 호텔은 이용하지 못하지만 일반 숙박시설은 이용할 수 있는 등 약한 처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신용불량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적인 일이기도 하다.

저장성 항저우 기차역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다. 2018년 중국 정부는 약 550만 명을 신용불량자로 분류한 후 기차 여행을 금지시켰다. ⓒAFP/GETTY IMAGES

저장성 항저우 기차역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다. 2018년 중국 정부는 약 550만 명을 신용불량자로 분류한 후 기차 여행을 금지시켰다. ⓒAFP/GETTY IMAGES

그런 면에서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은 아직은 강력한 보상과 처벌의 기제로 작동하기보다는 개개인의 도덕적인 행위나 사회적인 모범을 만드는 등 계몽의 효과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시 말해 첨단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중국 전통의 유법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고양시키는 쪽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 얘기하자면 이 사회신용시스템은 언제든지 더 강력한 감시나 처벌의 기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의 일당 통치 및 중앙집중형 정치 체제와 빅데이터 기술이 결합하였을 때 나타날 특징이기도 하다.

빅데이터가 가진 주된 특징이라면 세 개의 V, 즉 규모(Volume), 다양성(Variety), 속도(Velocity)를 들 수 있다. 중국을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규모와 속도 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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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인구가 높은 인터넷 보급률 및 스마트폰 사용률을 통해 거대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것이 세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5G의 속도로 수집, 유통되고 있다.

데이터의 다양성 면에서는 다른 글로벌 플랫폼(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데이터의 깊이 면에서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장점도 있다. 게다가 빅데이터 모형에서는 데이터가 분산되거나 격벽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중앙에 집중되어야 가치나 활용도가 높아진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사적 재산권이나 프라이버시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빅브라더에 가까운 중앙집권적인 일당 통치체제를 유지하고 있기에 중국이 이 기술의 현실 적용에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적극적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의 사회신용평가 앱. ⓒsociable

중국의 사회신용평가 앱. ⓒsociable

중국에서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는 첨단 기술과 사회관리 체제의 결합은 중국의 전통적인 유토피아를 실현시키기보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로 보이는 경향이 더 강하다. 중국의 기술 굴기가 가져올 세계가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매력을 상실한다면, 중국이 스스로 내세우고 있는 중국식 솔루션은 새로운 글로벌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

시진핑의 중국은 스스로 천명한 “신시대(New Era)”가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많은 사람의 우려에 충분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글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정리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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