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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욕하길래 전라도 비하” “단골식당 중국인 금지에 상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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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코로나 기획 - 혐오 팬데믹

혐오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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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혐오표현 사용·피해자에 물어보니 #“틀딱충 표현, 댓글서 보고 배워 #어르신 충고 때 무의식적 떠올라” #“조선족이라니까 친구들이 놀라 #위험한 일은 없었느냐 묻더라”

혐오 표현을 이해할 때 중요한 단어다. ‘가해자’는 왜 누군가를 공격하는 표현을 쓰는 건지, 반대로 ‘피해자’는 왜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건지 알아야 한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혐오 당사자 10여 명을 인터뷰했다. 혐오 표현을 직접 썼거나 자신을 겨냥한 혐오를 겪은 이들이다. 혐오 주제는 젠더·지역·성소수자·중국 등 다양했다. 이와 함께 혐오 사용·경험자들을 심층 면접한 연구 보고서들도 분석했다.

이들 대부분은 혐오 표현을 딱 한 번만 겪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각도 온라인 기사 댓글로, 유튜브 영상으로, ‘단톡방’ 글로 알게 모르게 혐오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나타난 ‘쥴리’ 벽화 갈등, 양궁 국가대표 안산을 둘러싼 젠더·페미니스트 혐오 논란, 타인종·국가를 맹폭하는 올림픽 비방 응원 등이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혐오 바이러스를 퍼뜨린 주범이었다. 당사자들의 입을 빌려 혐오 표현의 현실을 정리해 봤다.

난 혐오 표현을 써봤다

- 의료진 혐오 사용자 A씨(20대 후반 대학생)
“작년에 의대생들이 정부에서 낸 공공 의대 관련 포스터 문양을 나치 문양처럼 바꿔 게재했기에 화가 났었죠. 비판을 넘어선 선동이라고 생각해서 포털 뉴스 댓글로 의대생들에게 비속어를 섞은 혐오 표현을 썼어요.”

- 전라도 혐오 사용자 홍모씨(24세 대학생)
“(지난해 2월) 당시엔 대구 혐오가 엄 청났었죠. ‘대구 코로나’ 이런 식으로…. 저는 경상도 출신인데 화가 많이 나서 전라도 비하하는 댓글을 달았죠.”

-노인 혐오 사용자 B씨(25세 대학생, 2020년 논문 ‘인터넷 혐오 표현 대응 방안에 관한 탐색적 연구’)
“기사 댓글에서 ‘틀딱충’(노인 비하 표현)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됐습니다. 어르신들이 충고하실 때 마음속으로 ‘틀딱충 또 시작이네’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랐죠.”

난 혐오 표현에 당했다

- 여혐 피해자 이모씨(20세 대학생)
“20대에서 남녀 사이에 혐오 문제가 심하다고 하죠. 지금 20대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 남혐 피해자 임모씨(27세 직장인)
“정치인이 한 말에 공감한다고 SNS에서 밝힌 건데 그걸로 한남(남성 비하 표현)이니, 어쩌니 하니까 걱정이 들긴 했어요. 젠더 갈등이라는 게 진짜 있을 수 있는 일이구나 싶었죠.”

- 성소수자 혐오 피해자 김모씨(23세 직장인)
“기분이 안 좋을 때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표현들을 듣고 보게 되면 무력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혐오 표현은 논리적 근거가 없고 무차별적인 걸 알기 때문에 저는 그나마 무시하고 지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성소수자들은 더 숨어들게 되기도 하죠.”

-중국 동포 혐오 피해자 D씨(20세 대학생)
“제가 조선족 출신이라고 말하니까 친구들이 다 놀라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어떻게 조선족이냐’ ‘뭐 위험한 일은 없었느냐’ 이런 것도 물어보고요. 저로선 되게 당황스러운 반응이었죠.”

-중국 혐오 피해자 E씨(25세 유학생, 2021년 논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 이후 한국 거주 중국인 유학생의 사회적 낙인 경험」)
“자주 가던 식당에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종이가 입구에 붙었어요.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바로 이런 행동을 하니 중국인 학생으로서 너무 불편하고 (그동안) 쌓였던 정이 없어지는 것 같았어요.”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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