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메달 사기꾼" 악플…IOC 차원에서 법적 대응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1:44

업데이트 2021.08.02 14:40

"죽어라" "메달 사기꾼" "쓰레기 같은 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일부 선수들에 대해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무차별 비방이 이어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선수들에 대한 중상과 비방을 감시, 기록해 악질 사례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

비방 수집 중..악질 사례는 경찰 신고
국경 넘나드는 게시물…대응에 한계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도 소재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승전에서 일본의 하시모토 다이키가 도마 연기를 하면서 착지하고 있다. 발이 매트를 벗어났음에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은 반발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도 소재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승전에서 일본의 하시모토 다이키가 도마 연기를 하면서 착지하고 있다. 발이 매트를 벗어났음에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은 반발했다. [교도=연합뉴스]

2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JOC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선수에 대한 SNS에서의 중상 비방을 감시·기록하고 있다면서 이 중 악질적인 게시물은 경찰에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후쿠이 쓰요시(福井烈) 일본 선수단장은 선수들에 대한 비방이 "수년에 걸친 노력, 쌓아온 시간까지도 모욕하는 행위로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선수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증가하면서 선수들의 정신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경고의 메시지를 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체조 남자 개인 종합에서 금메달을 딴 하시모토 다이키(橋本大輝) 선수다. 도마 종목에서 착지 때 균형을 잃었던 그가 중국의 샤오뤄텅(肖若騰)을 누르고 1위를 하자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하시모토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졌다. 하시모토 선수의 SNS에도 "훔친 메달이 밤에 너를 죽일 것이다" 등의 욕설 메시지가 쏟아졌다.

탁구 혼합복식에서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딴 미즈타니 준(水谷隼) 선수도 지난달 29일 자신에게 쏟아진 비방 메시지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죽어라" "꺼져버려" 등의 내용이었다. 미즈타니 선수는 31일 자신에게 쏟아진 악플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핑에서 은메달을 딴 이가라시 카노아(五十嵐カノア) 선수도 경기가 끝난 후 채점이 불공정했다고 지적하며 자신을 비방하는 메시지가 SNS에 쏟아졌다고 공개했다.

일본 탁구 혼합복식 미츠타니 준ㆍ이토 미마 조의 이토 미마가 지난 24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조와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탁구 혼합복식 미츠타니 준ㆍ이토 미마 조의 이토 미마가 지난 24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조와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양궁 3관왕인 안산 선수도 쇼트커트 헤어스타일 등으로 인터넷상에서 비방을 받았다며 "이러한 중상에 맞서 배우들이 자신의 짧은 헤어스타일을 공개하는 등 안산 선수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IOC, 긴급 상담창구 마련  

SNS를 통한 중상·비방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새롭게 떠오른 문제다. 이전 올림픽에서도 경기 결과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에 떠돌았지만, 선수들의 개인 SNS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 같은 메시지가 국경을 넘어 직접 선수들에게 도달하게 된 것이 특징이다.

IOC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선수가 이용할 수 있는 정신건강 긴급 상담 창구를 70개 국어로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선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며칠간, 여러 명의 선수가 SNS에서 탈퇴했다"면서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SNS나 인터넷상의 비방, 중상 문제에 대해 감독과 스태프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정리한 핸드북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전파되는 수많은 게시물에 대응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시다 료스케(西田亮介) 도쿄공과대 교수(사회학)는 아사히에 "올림픽은 세계적인 이벤트로 각 나라의 민족주의를 강하게 자극한다"면서 "선수 측에서 SNS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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