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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영어마을 더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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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필자가 부산 시내 영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어학연수 효과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조기 어학연수가 정확한 발음 습득에는 도움이 되지만 효과가 없거나 역효과가 생긴다'가 52.8%, '교사를 우습게 여긴다'가 8.3%, '정체성 문제가 심각하다'가 25.04%로 나타났다.

역효과로는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학습 환경에 부적응하는 문제▶이미 배운 학습이므로 교재 내용이 너무 쉬워 교사의 강의를 무시하고 우습게 여기는 태도 등이 지적됐다.

해외 어학연수 폐단을 없애고 실속 있는 영어 어학연수를 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린이 영어 마을을 지방에도 다수 설립해 영어를 경험하게 한다면 외화 유출도 막고 유익한 영어 학습이 될 것이다. 다만 교수법을 전공한, 자격을 갖춘 유능한 원어민 강사 확보가 시급하며 영어 마을 내에서 영어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을 설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꼭 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아야 하겠다면 영어 쓰기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영작문 능력을 제대로 갖춘 뒤에 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가 영국에서 안식년 연구를 보낼 때 현지의 한국인 학생들 대부분이 영어를 쓰지 못해 숙제 제출에 어려움을 겪거나 일상생활에서 여러 불이익을 받고도 당황해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쇼핑 후 불친절 행위나 피해 사례를 고발할 때, 세입자로서 집주인에게 불편 사항을 호소할 때에는 모두 편지를 써서 한다.

특히 유학생은 지도 교수가 전화보다 e-메일 의사소통을 선호하므로 e-메일 영작문을 충분히 배우고 난 후 유학을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 대학교의 경우 영어 회화 강좌 못지않게 영작문 강좌가 많이 개설돼 있어 중국 유학생들의 쓰기 능력이 상당 수준에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영어 쓰기가 영어 회화 능력 못지않게 의사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유념해 철저히 준비한 후 나가는 것이 외화 손실을 줄이고 어학연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홍진옥 인제대 교수·영어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