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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타고 커버댄스·챌린지 폭주, 음악 유통 혁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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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호 10면

[SPECIAL REPORT]
‘K팝 3.0’ 그 뜨거움의 비밀

① BTS가 유튜브 쇼츠에서 진행 중인 ‘퍼미션 투 댄스’ 챌린지. ② 유튜브로 4년 만에 역주행 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③ 틱톡 챌린지로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한 이무진의 ‘신호등’.

① BTS가 유튜브 쇼츠에서 진행 중인 ‘퍼미션 투 댄스’ 챌린지. ② 유튜브로 4년 만에 역주행 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③ 틱톡 챌린지로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한 이무진의 ‘신호등’.

‘세계 최고의 인기 그룹’ BTS는 지금 ‘챌린지’ 중이다. 23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 속 국제 수어(手語) 안무를 따라 하는 15초 분량의 영상을 제작해 숏폼 플랫폼인 ‘유튜브 쇼츠’에 올리도록 하는 이벤트인데, 의미 있는 영상을 골라 컴필레이션 동영상을 만든다고 한다. BTS는 지난해 11월에도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같은 형식의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챌린지를 했는데, 15일 동안 46만 3000개가 넘는 영상이 올라왔고 도합 22억 뷰를 돌파했다.

K팝 새 성장동력 된 ‘15초 동영상’ #60%가 “유튜브 등 SNS로 음악감상” #트와이스·이무진 등 잇단 역주행 #팬덤과 함께 ‘n차’ 콘텐트 공유 #음악산업 권력, 소비자 중심 재편

팬덤을 아우르고 새로운 팬층을 발굴하는 이런 활동은 BTS가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s)에서 2017년부터 5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상은 2011년 제정된 소위 ‘SNS 인기상’인데, BBMAs 중 유일하게 팬 투표가 가능한 부문이다. BTS가 4년 간 이 상만 받다가 올해 처음 ‘톱 듀오/그룹’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등 주요 부문까지 석권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음악 시장에서 잠재적 영향력으로만 간주되던 SNS가 강력한 유통 플랫폼으로 떠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팬 겨냥 SNS로 신곡 발표

지금 한국 음악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음악 이용자 실태 조사(2020 음악산업 백서)에 따르면 유튜브 등 동영상 SNS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사람이 60.3%로 2019년 46.8%에 비해 크게 늘었다. 라디오와 실물 음반을 이용한다는 답변은 각각 28.7%, 11.5%에 그쳤다. 최근 숏폼 동영상 SNS의 정착과 함께 음악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폭증하면서 대중음악 시장은 커지고, 유통 구조는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14일 발매된 이무진의 ‘신호등’은 음악 시장에서 SNS의 커진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발매 직후 차트에서 사라졌다가 6월 이후 틱톡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챌린지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신호등’ 공식 음원을 활용한 틱톡 영상이 3만 6000개나 나오면서 최근 가온차트 4위, 멜론차트 3위, 지니차트 2위에 올랐다. 심지어 빌보드 K팝 차트에도 발매 6주 만에 진입해 현재 13위를 기록 중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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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최고 인기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도 SNS로 역주행에 성공한 경우다. 2017년 곡이지만 지난 2월 유튜버 비디터가 국방TV 위문열차 댓글 영상을 업로드한 이후 예비역과 ‘아재’ 팬을 양성하며 멜론 월간 차트 3개월 연속 1위, 음악방송 6회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런 ‘SNS 폭주곡’들은 귓전을 맴도는 중독성과 누구나 ‘따라 해볼 만하다’ 싶은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것이 특징인데, 사실 K팝과 SNS는 원래 찰떡궁합이다. 아이돌 가수들은 전부터 중독성 강한 멜로디 중심의 홍보 전략을 펼쳐왔는데, 팬과의 ‘거리 좁히기’가 음악계 화두가 된 지금 SNS를 중요한 소통채널로 삼아 콘텐츠와 플랫폼이 시너지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제 K팝 스타들은 글로벌 팬을 겨냥해 신곡 발표도 SNS로 한다. 대표적인 숏폼 SNS인 틱톡의 경우 현재 일간 순 이용자(DAU·데일리 액티브 유저)가 6억 명 이상일 정도로 시장이 크다. 지난해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열풍 이후 BTS는 정규 4집 타이틀곡 ‘온(ON)’을 앨범 발매 12시간 전에 틱톡에 선공개했다. 이어 세븐틴, 트와이스, 선미, 블랙핑크 등도 줄줄이 틱톡을 이용한 컴백 프로모션 및 챌린지를 진행했다.

BTS의 ‘퍼미션 투 댄스’ 수어 안무처럼, 기획 단계부터 SNS 챌린지를 염두에 두고 따라하기 쉬운 포인트 안무까지 패키지로 구상하기도 한다.  지난 5월  신곡 ‘이지(Easy)’를 선보인 우주소녀 더 블랙은 한 달 동안 멤버 각자가 각기 다른 포인트 안무 챌린지 영상 18개를 업로드해 화제였다.

챌린지는 곧바로 음원 매출로 이어진다. 틱톡에 배경으로 쓰인 음악은 멜론,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으로도 바로 들을 수 있기에 차트 순위 상승에도 기여한다. 트와이스의 3년 전 노래 ‘왓 이즈 러브(What is Love)?’가 최신곡 ‘알코올 프리(Alcohol-Free)’보다 핫해진 것도 챌린지의 영향이다. 팬덤 데이터를 관측하는 ‘케이팝 레이더’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틱톡에 올라간 14만 개가 넘는

3년 전 ‘왓 이즈 러브’가 틱톡 챌린지로 역주행 중인 그룹 트와이스. [중앙포토]

3년 전 ‘왓 이즈 러브’가 틱톡 챌린지로 역주행 중인 그룹 트와이스. [중앙포토]

‘What is Love?’ 안무 커버 챌린지 영상의 총 조회 수가 7억 5000만회를 돌파했다. 그 바람에 2018년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일간 조회 수 89만 뷰(27일 기준)를 찍으며 지난달 공개된 ‘Alcohol-Free’ 뮤직비디오의 69만 뷰를 훌쩍 넘어섰다. 아이튠즈 K팝 차트에서도 콜롬비아·필리핀·태국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13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15일 기준). 케이팝 레이더는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의도치 않은 홍보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SNS를 통한 음악 유통의 키워드는 ‘쌍방향’이다. 앨범 판매와 라디오 방송을 통한 과거의 일방통행식 유통이 SNS를 통해 팬덤과 함께 ‘n차’ 콘텐츠를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참여와 공유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지금 가온차트 29위로 인기 급상승 중인 래퍼 디핵도 그런 경우다. 지난해 발매한 ‘오하요 마이 나이트(OHAYO MY NIGHT)’가 최근 틱톡 크리에이터 혜다에 의해 2만 2900여 개의 영상으로 퍼지자 디핵이 감사의 표시로 혜다의 커버 영상에 틱톡의 듀엣 기능을 활용한 영상을 덧붙인 것이다. 디핵은 “1년 전 발매한 곡이 틱톡 크리에이터 덕분에 많은 분의 호응을 얻었다”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SNS는 기획사나 인지도와 무관하게 음악 자체가 편견 없이 공유된다는 점에서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장이라고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성 가수만 SNS 덕을 보는 건 아니다. 메이저 기획사나 방송사 오디션 등 전통적인 시스템을 통해 발탁되지 않더라도 SNS를 통한 ‘뮤지션 등용문’이 글로벌하게 열렸기 때문이다. 싱어송라이터 스텔라 장을 띄운 건 미국 여배우 제시카 알바다. 지난해 알바가 스텔라의 노래 ‘컬러스(Colors)’에 맞춰 다양한 색의 옷을 바꿔 입는 영상이 퍼지며 전 세계에서 130만여 개 영상이 제작됐다.

스텔라 장, 제시카 알바 덕에 대박

SNS는 음악 생태계도 바꿔놨다. 해외에서는 무명 가수가 SNS 덕분에 메이저 기획사에 스카우트된 사례도 많다. 2020년 일본 최고의 히트곡 ‘향수’는 2019년 발표 당시 묻혔다가 지난해 틱톡 챌린지로 역주행한 경우다. 노래를 부른 신인가수 에이토는 일본 최대 에이전시 에이백스와 계약했고, ‘별들의 전쟁’인 연말 홍백가합전까지 출연했다. 스코틀랜드의 우체국 직원이었던 네이선 에번스도 뉴질랜드 뱃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뜬 뒤 유니버설레코드를 통해 데뷔, 올해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2020년 틱톡으로 떠서 메이저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은 아티스트가 70팀 이상이다. 또 10억 뷰 이상을 기록한 176곡 중 15곡이 빌보드 1위에 올랐고, 90곡은 차트 100위권에 랭크됐다.

업계에서는 SNS를 통한 음악 유통을 K팝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커버댄스, 중독성 있는 후렴구 등 K팝이 본래 지니고 있는 속성이 짧은 동영상 플랫폼을 만나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플랫폼은 음악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도 작용한다. 음악을 소비하는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음원을 구입하고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2차 콘텐트로 창작해 공유하는 등 보다 다차원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고, 이것이 확산되며 홍보 기회를 얻지 못한 콘텐트의 흥행을 이끌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음악 산업의 규모와 다양성 양쪽으로 SNS가 순기능을 하는 셈이다.”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음반사와 기획사 중심이던 음악 산업의 권력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측면도 있다. 최 사무총장은 “업계에서도 콘텐트 제작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벗어나 소비자들과 제작 단계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성공의 키워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최근 기획사들이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그래서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콘텐트 제작 및 2차 콘텐트 활성화 기획 등 음악산업에서 소비자와 협업하는 트렌드는 점차 강화되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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