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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건 딱 질색"…침대회사가 한눈 팔자 대박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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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6월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내부. [사진 시몬스]

지난 6월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내부. [사진 시몬스]

청록색 볼펜, 보라색 수첩, 주황색 물놀이 튜브와 무지개색 샤워 스펀지. 지난 6월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다. 복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총천연색 매장은 늘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부산의 관광명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개장 4시간 전부터 대기자가 줄 지어 늘어설 정도다.

[인터뷰] 안정호 시몬스 대표 #MZ세대 겨냥 굿즈 매장, 부산 해운대 관광명소 #“제품도, 소재도, 광고도 촌스러운건 딱 질색” #“코카콜라처럼 트렌드 주도하는 회사 만들 것”

그런데 이 매장, 한눈에 봐서는 침대업체가 운영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다. 시몬스 침대는 도대체 왜 침대 없는 매장에서 굿즈(기념품)를 팔고 있는 것일까. 지난 21일 경기도 이천 시몬스 본사에서 만난 안정호(50) 대표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 [사진 시몬스]

안정호 시몬스 대표 [사진 시몬스]

SNS에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화제다.  
가구업계가 좀 고루한 편이라 새롭고 재미있는 기획을 해보고 싶었다. 지난해 시몬스 브랜드 150주년을 기념해 서울과 부산에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다시 문을 열게 됐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볼펜 하나, 수첩 하나도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이다. 맨날 침대만 만들던 사람들이 낯선 작업에 도전한 것이다.
인테리어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침대 전문회사다. 해외 출장을 통해 영감을 얻듯 침대 디자인과는 다른 새로운 작업을 통해 발상을 전환하고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로서리 스토어는 매출과 무관하게 순전히 시몬스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광고를 직접 제작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인가.
‘우리를 제일 잘 알고 표현할 수 있는 건 우리니까 직접 해볼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굿즈 매장이든 광고 제작이든 목표는 단 하나, 촌스럽지 말자는 것이다. 이건 우리 제품의 기본 목표이기도 하다. 색상과 디자인처럼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촌스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장재도, 소재도 사회적 관심사에 맞게 개발한다. 매트리스 속 동물성 소재를 대체하기 위해 콩에서 추출한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등의 방식이다. 품질만큼이나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도 중요하다.
시몬스의 올해 TV 광고.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다. [사진 시몬스]

시몬스의 올해 TV 광고.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다. [사진 시몬스]

가성비에 대한 고민은 없나.
가격을 맞추기 위해 품질을 놓고 타협할 수는 없다. 쓰고자 하는 자재는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원자재값이 폭등했고 운임비도 엄청나게 올랐다. 가성비를 생각하다보면 다른 재료를 찾게 되고 한번 만족하면 대체제 찾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다가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그로서리 스토어는 계속 운영할 예정인가.
유사한 형태의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이천의 농·특산품을 알리는 직거래 장터 ‘파머스 마켓’을 개최하며 각 지역의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해운대에 설치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도 이천 쌀, 수박, 토마토 등 농산품도 함께 판매 중이다. MZ(밀레니얼·Z)세대가 흥미를 가질만한 이벤트를 통해 지역 경제와 문화를 살리고 시몬스의 브랜드 이미지도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목표는.
1970년대만 해도 침대나 가구는 가전기기만큼 고급스러운 제품이었기 때문에 가구매장도 도시의 중심상권에 위치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가구매장이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침대나 가구를 파는 곳이 지역사회의 중심지이자 핵심 문화공간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시몬스 본사에 전시공간을 설치하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카콜라가 탄산음료 제조회사를 넘어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듯 시몬스도 트렌드를 주도하는 침대회사로 각인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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