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났는데 손절도 못해…코인에 갇힌 2030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00:04

업데이트 2021.07.2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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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회사원 윤모(28)씨는 비트코인 투자로 4개월 만에 1600만원을 잃었다. 연봉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윤씨는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던 지난 3월 “돈을 복사하듯 번다”는 지인들의 말에 300만원을 털어 투자를 시작했다. 300만원은 단 며칠 만에 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종잣돈을 더 넣었다면 수익도 훨씬 컸을 것’이란 아쉬운 마음에 윤씨는 마이너스 통장에서 1500만원을 빼 코인을 더 사들였다. 하지만 투자금이 2000만원을 넘긴 뒤 비극이 시작됐다. 한때 8000만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몇달 새 50% 넘게 폭락했다. 정신 차려보니 계좌에 남은 돈은 불과 400만원뿐이었다. 윤씨는 “잃은 돈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면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저점 매수를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렁에 빠진 암호화폐 투자자들
석달새 비트코인 -51%, 도지 -74%
“대출 받았는데 연봉 절반 날렸다”
“4년 주기설 기다릴 것” 버티기도
9월 규제강화 땐 더 타격 가능성

회사원 이모씨의 암호화폐 투자 내역. 8000만원 투자해 수익률 -40%. [사진 독자]

회사원 이모씨의 암호화폐 투자 내역. 8000만원 투자해 수익률 -40%.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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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앙일보가 암호화폐 시가총액 상위 5개 코인을 분석한 결과 지난 3개월간 하락 폭이 모두 50%를 넘겼다.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지난 4월 8200만원에 육박하다가 이날 오후 4시 기준 업비트에서 4020만원에 거래되며 약 51%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540만원대에서 이날 253만원으로 53%, 리플은 2490원에서 707원으로 72%, 에이다는 3070원에서 1430원으로 53%, 도지코인은 889원에서 230원으로 74% 각각 급락했다.

그 사이 2030 투자자도 코인 시장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명 ‘잡코인’이라 불리는 알트코인에 투자한 회사원 박모(31)씨의 수익률은 -50%다. 지난 3월 첫 투자를 시작한 그는 ‘리퍼리움’이라는 코인에 200만원을 넣어 하루 만에 20% 수익을 거뒀다. 박씨는 “이름이 예뻐서 투자했는데,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쭉쭉 올라 조금씩 투자금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는 회사에서도 틈틈이 단기매매, 스윙매매(2~3일 보유 후 매매) 등을 계속했지만, 투자금 1200만원은 현재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손해를 복구하려 코인 선물 투자까지 해봤으나 강제 청산으로 200만원을 더 날리기도 했다.

‘비자발적 장투(장기투자)’를 선언한 2030도 있다. 회사원 이모(33)씨는 지난 4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에 8000만원을 투자한 후 3200만원을 잃었다. 이씨는 “암호화폐 시장에 4년 주기설이 있다는데 다음 상승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인 빅5’ 석달새 얼마나 떨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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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는 9월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 등 규제 강화를 앞두고 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경우 특히 ‘잡코인’에 많이 투자한 2030의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

『넥스트머니』 저자인 이용재 작가는 “20·30세대가 흔히 ‘변동성을 즐긴다’고 말하는데, 큰 변동성을 견디며 결과가 좋은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투자한 뒤 가격이 오르기만 바라는 이른바 ‘기도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알트코인에 빠지는 이유는 결국 100배, 200배 가격 상승을 노려서인데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빚내지 않고, 분산하고, 중장기로 투자한다는 투자의 기본 원칙은 암호화폐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마존 구인공고에 비트코인 반등=한편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날 3만4036달러(코인마켓캡, 오후1시 기준)로 3만4000달러대로 복귀했다. 이른바 ‘폭락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3만 달러 선이 무너진 지 일주일이 안 돼 다소 반등한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암호화폐 시장 진출 가능성을 시사한 게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암호화폐와 디지털 화폐 전문가를 모집한다는 구인공고를 게재했다. 아마존 측은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암호화폐 분야에서 나타나는 혁신에 영감을 받았다”며 “이를 아마존에서 활용할 방법을 탐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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