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앙시평

중국의 꿈, 지난 100년과 앞으로 30년

중앙일보

입력 2021.07.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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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2년 취임하면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올해는 의식주 걱정 없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실현하는 제1의 100년 목표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에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달성하여 중국몽을 이루겠다고 했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개혁·개방으로 고도성장
중산층 늘며 경제·정치 변혁 예상
한국은 중국의 변화에 대비해야

지난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사에서 시 주석은 첫 번째 100년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1949년 건국 후 오랜 기간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패로 고난을 겪었다. 그러나 1978년 덩 샤오핑이 집권하여 자본주의 개혁을 하고 대외개방 정책을 시행하면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중국 정부는 경제활동의 자유를 확대하고 활발한 시장 경쟁을 촉진했다. 중요한 국가 인프라를 건설하고 수출을 지원했다.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GDP(국내총생산)가 매년 10% 넘게 증가했고, 대다수 국민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수출국, 세계 2위의 경제 강대국이 되었다. 샤오미,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세계적인 기업이 등장했다.

민주주의와 독재 중에 어떤 정치제도가 경제발전에 유리한가는 확실한 답이 없다. 일반적으로 독재 체제에서는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대다수 경제주체를 착취하기 때문에 생산활동 유인이 저해되어 경제성장이 느리다. 중국의 정치체제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1989년 톈안먼에서는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중국의 권위주의 정치체제는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강력한 지도자와 당이 중앙집권적인 권력 구조를 통제하면서 경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나 한국의 박정희 권위주의 정부도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했다. 물론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이나 북한의 경제난에서 보듯이 독재 정권이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를 망친 예도 많다.

중국 공산당이 이룬 지난 100년의 성과가 미래 30년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중국의 2020년 일인당 GDP는 1만500달러로 한국의 3만1489달러와는 차이가 크다. 실질 가치로는 한국의 1990년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몇 번의 경제 위기를 겪었고 심한 정치 변혁을 겪었다. 중국도 다음 한 세대 동안 상당한 정치·경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이 2049년에 두 번째 100년 목표를 이루고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내부·외부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과거와 같이 고도성장을 하기가 어렵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이미 줄기 시작했고, 유엔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30년간 1억7000여만 명이 감소한다.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고 생산성 증가도 정체됐다. 금융부문이 취약하고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가 많아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2012~20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6.5%로 낮아졌고 앞으로 30년간은 3~4%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중앙집권적 발전모델이 앞으로는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민간 부문이 커져서 정부가 경제를 과거처럼 주도하기 쉽지 않다. 중국 정부가 지시를 따르지 않는 알리바바의 마윈과 차량공유업체 디디를 처벌했지만, 국가의 민간 경제 통제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로 정치 안정을 계속 유지하기 쉽지 않다. 고등 교육을 받은 중산층이 많아지면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중국은 이미 7억 명이 중산층으로 자리 잡았고, 2000년에 8%였던 대학진학률은 54%로 높아졌다. 언제 어떤 사건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되어 억눌린 정치 참여 욕구가 폭발할지 알 수 없다. 한국도 중산층이 많아지면서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중국은 지역·계층 간 소득과 부의 격차가 심해서 언제든지 정치적 불만과 사회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

대외 환경 악화는 중국몽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의 수출 규모가 커져서 원자재와 핵심 부품을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확보하고 세계 시장에 수출하기가 전보다 힘들어졌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 시장 접근과 첨단 기술 확보가 어려워졌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국력을 키워서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 경제, 통화, 금융, 에너지, 과학, 교육, 문화면에서 초강대국이고 중국의 힘은 상당 기간 미국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 민주적 가치와 규범을 받아들이면서 선진국으로 평화롭게 부상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미·중 대립이 동아시아에서 군사충돌로 격화하거나,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세계 패권국이 될 때 바로 이웃한 한국에 미칠 영향은 너무 크다. 한국은 앞으로 벌어질 중국의 변화에 대비하고 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하여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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