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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노골드’ 수모 갚는다, 안창림·김원진·안바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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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유도 남자 60㎏급 김원진(29), 66㎏급 안바울(27), 73㎏급 안창림(27)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20대 초반 나이였던 이들은 모두 세계 랭킹 1위에 오를 만큼 기세가 좋았다. 한국 유도계는 이들이 금메달을 딸 거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원진과 안창림은 조기 탈락했고, 안바울은 은메달을 땄다. 실력도, 경험도 부족했다. 한국 유도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노골드’ 아픔을 맛봤다.

‘도쿄 반전’ 꿈꾸는 유도 3인방 #안창림, 오노와 숙명의 라이벌전 #김원진 “아버지 영전에 금 바칠 것” #안바울 “5년 전 금 놓친 한 풀겠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도쿄올림픽에서 세 선수는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안창림

안창림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안창림은 “조국을 택한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쓰쿠바대 2학년이던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안창림은 일본 유도계의 귀화 권유를 뿌리치고 용인대에 편입했다. 리우올림픽에서 오노 쇼헤이(일본)가 금메달을 따자, 일부 일본 팬은 “안창림이 일본에서 대표가 될 자신이 없어 한국으로 도망쳤다”, “오노와 맞붙기도 전에 탈락했다”며 조롱했다.

오노는 이번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안창림은 오노를 상대로 6전 전패다. 올해 출전한 두 대회(아시아선수권 2월, 마스터스 4월)에서 모두 우승했을 만큼 안창림의 컨디션이 좋다. 그는 “고향(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데다 경기 장소가 대학 시절 전국대회 우승을 경험했던 무도관이다. 기운이 좋다. 오노를 꺾고 반드시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원진

김원진

김원진은 아버지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생각뿐이다. 그의 부친 김기형씨는 지난 1월 심근경색으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카타르 도하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 중이던 김원진에게 가족은 부음을 전하지 않았다. 대회를 잘 마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결국 김원진은 국가대표 1진이 된 후 첫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시상대에서 내려온 뒤 부친의 별세 소식을 듣고 오열했다.

김원진은 요즘 중량급 선수와 훈련한다. 힘 좋은 유럽 선수에 대비하는 특별 훈련이다. 김원진은 “아버지는 아들이 국가대표라는 걸 자랑스러워하셨다. 생전에 금메달을 선물해드리지 못해 속상하다. 늦었지만 도쿄에서 우승해서 아버지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안바울

안바울

안바울은 리우올림픽 결승에서 당시 세계 26위 파비오 바실레(이탈리아)에게 패했다. 한 수 아래 상대에게 패했지만, 올림픽 첫 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꼈다. 그러나 주변의 반응은 달랐다. 유도 팬은 “금메달을 놓치고 어떻게 웃을 수 있나”, “무늬만 세계 1위”라며 비난했다.

안바울은 이를 갈았다. 주특기인 왼쪽 업어치기뿐 아니라 반대쪽 업어치기를 연마했다. 매일 10㎞를 30분에 뛰었고, 산에서 크로스컨트리를 3~4바퀴씩 했다. 동료들은 그를 ‘독종’이라고 불렀다. 유도에서 주특기는 평생에 걸쳐 익힌 기술을 말하는데, 안바울은 5년 만에 주특기를 하나 더 체득했다. 노련미까지 더했다. 그는 바둑처럼 4분 경기 시간 내 일어날 모든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한다. 안바울은 “매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부 컨트롤할 수 있다. 금메달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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