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엽 독일(당시 프로이센) 통일을 완성하기 위해 철혈정책을 펼쳤던 비스마르크. 그는 세계 최초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해 의료보험·산업재해보험·노령연금보험을 내놓았다. 이는 현대사회 4대 보험 중 3개의 근간이 된다. 국가가 나서서 산업을 육성하고 노동계층을 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후발산업국 독일이 노동자를 공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이기도 했다. 이 정책으로 독일은 노동자의 건강과 노후를 책임지는 최초의 자본주의 국가가 됐다. (이원재, 『소득의미래』 117쪽)
비스마르크의 노령연금보험과 흡사한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1988년 처음 시행됐다. 초기 구상은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다. 40년 가입 전제로 생애 소득 대비 연금액은 70%였다. 2028년 4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보험료율은 최초 3%였지만 1998년을 마지막으로 9%까지 올랐다.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가입자 수는 줄어드는데 수령자는 늘어나는 구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가입자 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고 2024년까지 감소세는 이어진다. 반면 수령자는 늘어 2054년에 납부자보다 수령자가 더 많아진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9월, 국민연금이 2041년 적자로 돌아서 2056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이러한 국민연금의 대대적인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청년들이 돈만 내고 연금도 못 받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고갈 시점 늦추기 ▶논의과정 투명 공개 ▶노인 빈곤층에 대한 공정소득 제공을 제시했다.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이 “보험료 인상 없이 연금을 더 받게 해주겠다”고 한 공약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기극, 나쁜 정치로 인한 개혁 실종”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남들은 다 퍼주겠다는데 굳이 이런 인기 없는 공약을 내야 하느냐는 반대도 있었지만, 번민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대선 레이스에서 국민이 듣고 싶은 건 바지 논쟁도, 쥴리 논란도, 미래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포퓰리즘 공약도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되짚고 건강한 해결책에 대해 후보 간에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대선까지 남은 8개월, 더 많은 후보가 이런 ‘인기 없는 공약’을 많이 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