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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엉덩이 회원 美다이버, 나이 서른에 "나는 국대다"[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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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 크리스타 팔머 선수. 실패를 성공의 거름으로 바꿔냈다. [Palmer instagram]

도쿄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 크리스타 팔머 선수. 실패를 성공의 거름으로 바꿔냈다. [Palmer instagram]

‘강철 엉덩이 협회(Iron Butt Association)’ 회원. 도쿄올림픽 금메달 유망주인 미국의 다이빙 선수, 크리스타 팔머가 지닌 특이한 스펙이다. 미국 국가대표팀인 팀 USA(Team USA) 공식 뉴스 블로그가 지난 17일(현지시간) 팔머 선수를 집중 조명한 바에 따르면 이 스펙은 그가 10대였던 2012년, 아버지와 함께 오토바이로 미 대륙 중 1200마일(약 1931㎞)에 달하는 거리를 24시간 안에 주파한 덕에 얻은 자격이다. 서울과 부산 간 직선 거리(325 ㎞)의 약 6배에 가까운 거리를 단 하루에 돌파한 기록이다. 거의 잠시도 오토바이 시트에서 엉덩이를 뗼 겨를도 없는 강행군을 이겨낸 이들에게 입회 자격이 주어진다.

팔머 선수의 다이빙 전후 모습. 본인 인스타그램에서 추출해 GIF화했다. [Palmer instagram]

팔머 선수의 다이빙 전후 모습. 본인 인스타그램에서 추출해 GIF화했다. [Palmer instagram]

팔머가 미국 국가대표라는 점과 함께 특별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스펙이라고 한다. 팔머는 “강철처럼 강한 엉덩이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버티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팀USA 뉴스 블로그에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팔머가 만 29세라는, 프로 운동 선수로서는 다소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국가 대표 자격을 획득했다는 것도 화제가 됐다. 팀 USA 측은 “아무나 만29세에 국가대표가 되거나 ‘강철 엉덩이 협회’ 회원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때론 멀리 돌아오더라도 삶의 굴곡을 정면돌파해왔다는 점에서, 팔머 선수의 종목(다이빙)은 그의 삶을 그대로 닯았다”고 전했다.

팔머는 본래 다이빙과는 거리가 먼, 트램펄린 전문 선수였다. 점프를 하며 각종 테크닉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다섯 살 때부터 시작해 기계체조 트램펄린 부문 올림픽 출전을 꿈꿨고, 맹훈련 끝에 18세 되던 해 국가 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을 따냈다. 불운은 그러나 국가대표 선발전을 목전에 앞두고 찾아왔다. 출전 닷새 전, 고질병이었던 무릎 통증이 도지는가 싶더니 인대가 끊어졌다. 눈앞이 캄캄했다. 팔머는 “트램펄린은 신체에 상당한 무리를 주는 종목”이라며 “자신의 몸무게 약 2배 이상의 압력을 가하게 되에 모든 관절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평생 트램펄린만 알고 살아왔던 그로선 상심이 컸다. 하지만, 아무나 ‘강철 엉덩이 협회’ 회원이 되지는 않는 법. 팔머 선수는 곧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일어섰다. 그는 “부상 치료엔 1년이나 걸렸고 마음의 상처도 깊었지만, 계속 우울한 채로 살 수는 없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다 운명처럼 다이빙이 찾아왔다. 그의 친구가 다이빙 선수였고, 팔머를 훈련장에 초대한 게 계기였다. 팔머는 “(트램펄린을 하면서) 뭐든 발로 뛰는 게 내 전문인데, 다이빙도 그렇더라”며 “보는 순간, ‘안 될 거 없잖아?’라고 생각했고 다이빙 대에 나도 모르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 이후 다이빙 대는 그의 일상이 됐다. 하지만 다이빙으로 그가 한때 열망했던 미국 국가대표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팔머는 “1학년 때는 코치 선생님이 ‘하다보면 늘 테니 계속 열심히 해’라고 하셨고, 실제로 어디까지 내가 갈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을 뿐”이라며 “그러다 꿈이 점점 커졌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팔머를 이끈 건 그에게 가장 큰 시련을 줬던 트램펄린 덕이다. 10대 시절 훈련 덕에 점프와 착지 등 각종 테크닉을 이미 익혔기 때문이다. 트램펄린은 2차 시도까지만 허용하지만 다이빙은 5차 시도까지 허용되는 점도 팔머에겐 호재다. 그는 “한 번 실패한다고 해도 마음을 다시 새롭게 하고 다음 시도에 잘 하면 되는 게 다이빙”이라며 “나와의 싸움만 계속 하면 된다니 진짜 멋지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국가대표로 선정된 뒤 올린 포스팅. 성조기를 자랑스럽게 들고 있다. [Palmer instagram]

국가대표로 선정된 뒤 올린 포스팅. 성조기를 자랑스럽게 들고 있다. [Palmer instagram]

독자들은 이미 눈치챘겠지만 팔머는 훈련 광이다. 그는 “아드레날린은 나를 뛰게 하는 원천”이라며 “트램펄린에서의 실패는 내게 인생의 실패란 그대로 주저앉는 게 아니라 새로운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교훈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망이라는 복병은 인생에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기회를 찾아 나서는 게 인생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도쿄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 크리스타 팔머 선수. [Palmer instagram]

도쿄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 크리스타 팔머 선수. [Palmer instagram]

다이빙으로 그의 경력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지금은 내가 이걸 하고 있지만, 또 누가 아느냐”며 “새로운 기회란 찾는 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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