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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속 푼다고 해장국"···'코시국' 점심 갑질 피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도시락을 들고 이동하는 직장인들. 뉴스1

도시락을 들고 이동하는 직장인들. 뉴스1

“일주일에 4~5일을 회사 사람들과 점심 같이 먹으니 할 말도 없다. 친구도 가족도 가끔 봐야 좋은데 일하러 왔으면 일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최근 올라온 고충 글이 화제다. 공무원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회사에서 매일 점심 같이 먹는 거 나만 스트레스인가’라며 작성한 글엔 18일 오후 기준 5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것(회사 점심)도 일의 연장이다 하면 될 텐데 그게 잘 안 돼 피곤하다”고 한 작성자의 의견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게시물에 대해 직장인들은 “코로나19로 한정된 상황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일이 반복되니 쌓였던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고독한 혼밥족’ 자처하는 요즘 직장인. 중앙포토

‘고독한 혼밥족’ 자처하는 요즘 직장인. 중앙포토

“다이어트 핑계 대는데 살 쪄서 민망”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 고민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글 작성자의 심정에 공감하는 이들은 “점심 때 상사 속 푼다고 맨날 해장국 먹는데 속도 맞추려 억지로 빨리 먹는데 고문이다” “점심시간에도 일 얘기하는 거 지겹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고독한 혼밥족’을 선언하라는 꿀팁을 제안하기도 한다. 한 이용자는 “다이어트 한다고 점심 때 샐러드 사다 혼자 먹는다. 그런데 저녁 때 폭식한다”고 적었다. 그는 “회사 사람들은 맨날 샐러드 먹는 줄 아는데 살쪄서 민망하다”고도 했다. 또 다른 이용자들은 “난 2년째 점심 때 간헐적 단식 중” “도시락 싸가는 것도 방법” 등 의견을 공유했다.

반면 “싫어도 조직생활 분위기 맞춰야 하지 않나” “이런 게 불만이면 회사 다니지 말고 프리랜서나 1인 기업 창업을 하라” “마음 맞는 사람이랑 먹으면 수다 떨고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 좋다”는 반론을 제기하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점심식사하는 직장인들. 뉴스1

점심식사하는 직장인들. 뉴스1

코로나가 점심 문화 바꿀까

코로나19 상황이 직장인들의 누적된 ‘점심 시간 불만’을 터뜨리는 모양새다. 외출 자제 상황이 이어지면서 식사 대상과 공간에 대한 선택지가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40대 회사원 최모씨는 “코로나 전엔 점심시간에 맞춰 협력 업체 미팅이나 외근 나온 친구와 약속을 잡곤 했는데 요즘엔 회사 팀원들과 구내식당만 간다. 갑갑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박모씨는 “코로나 터진 뒤부턴 직원들이 다용도실에서 다 같이 밥을 해먹거나 도시락을 주문한다”며 “밖에 나가 내 돈 주고 매번 점심 사먹기도 부담스러워 불편해도 참는다”고 했다. 직장인 조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더 자주 붙어있게 되니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방역 수칙상 여럿히 함께 식사를 하는 게 권장되지 않는데도 ‘점심의 자유’가 가로 막히면 직장인들의 불만과 짜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점심 갑질’ 주의해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박점규 운영위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에서 도시락 등 주문해 먹는 경우 늘면서 ‘식사 갑질’ 제보도 잇따른다”고 했다. 그는 “신입사원이나 여직원에게 메뉴를 선정·주문하게 하고 식사 뒷정리를 미루는 것도 갑질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회식. 연합뉴스

직장인 회식. 연합뉴스

코로나19를 계기로 직장 내 회식 문화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T기업에 다니는 정모씨는 “나만의 시간이 소중해 워낙 회식 자리를 안 좋아했는데 재택근무 활성화로 직원 간 대면 기회 자체가 줄었다”며 “코로나가 가져온 순기능”이라고 했다. 이어 “전엔 회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싫은 티내는 상사들 때문에 신경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김모씨는 “구내식당에 칸막이를 만든 데다 비말 튈까봐 눈치 보여 대화를 거의 못 한다”며 “때문에 조용히 식사하면서 유튜브 보는데 오후 근무할 때 피로도가 확실히 덜하다. 그만큼 점심식사 때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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