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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그만 써라"…EU, 韓 기업에 '연 1조원' 청구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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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 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 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화석 연료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국경세) 카드를 전격 꺼내 든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의 선언이다. 그의 발표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가 드디어 베일을 벗으면서 국내 산업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철강·알루미늄·전기·시멘트·비료 등 5개 업계가 2026년부터 유럽연합에 내야 할 탄소국경세만 한 해 4000억~1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수출해서 버는 이익보다 탄소국경세로 내는 돈이 더 많아질 판이다.

장정훈 산업1팀장의 픽 - EU의 '탄소국경세'

EU,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 도입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탈 탄소 정책 '유럽 그린딜'의 핵심 법안을 담은 '피트 포55(Fit For 55)'를 지난 15일(한국시간) 전격 발표했다. 피트 포 55는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로 줄인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유럽연합은 시멘트와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세는 2023년까지 과도기를 둔 뒤 2026년 본격 도입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철강과 알루미늄 등 수출 규모는 얼마나 될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연합에 수출한 철강 제품은 221만3680만t으로 금액으론 15억2300만 달러(1조7000억원) 어치다. 알루미늄은 1억8600만 달러(2100억원) 어치를 수출했고, 비료·시멘트는 미미한 수준, 전기 수출은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 주요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 국내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 '2050 탄소제로'로 가는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제에너지기구(IEA)·산업부·환경부]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 주요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 국내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 '2050 탄소제로'로 가는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제에너지기구(IEA)·산업부·환경부]

대외연, 탄소국경세 한해 1조2000억 전망  

그렇다면 2026년부터 내야 할 탄소국경세는 얼마나 될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국은 연간 10억6100만 달러(약 1조22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탄소 1톤당 30유로의 배출권 비용을 적용해 분석한 금액이다. 문제는 유럽연합 내 탄소 배출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까지 이 가격을 t당 75달러까지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고, 현재도 60달러를 웃도는 것을 보면, 2026년에는 75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에 내야 할 탄소국경세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과연 현실화할까에 대한 의문도 만만치 않다. 유럽연합의 이번 탄소국경세는 탄소 저감을 위해 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 무임승차 국가에게 일종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에 다름 아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도입 발표에 러시아, 터키, 중국, 영국 등이 WTO(세계무역기구) 조항 위반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바이든 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탄소국경세를 지지했지만, 유럽연합이 일종의 관세인 탄소국경세로 연 90억 유로(약12조원)를 수출국에서 걷는 것에 대해선 탐탁지 않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탄소국경세를 둘러싼 논란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세계 각국이 대체로 동의한다.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내걸고 그 중간 목표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조만간 발표한다. 기업으로선 이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2030년, 혹은 2050년, 불과 10년 혹은 30년 앞으로 다가온 탄소 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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