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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타간 '전북판 구하라 母'···죽을 때까지 월 91만원 받을까[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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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부모 의무" 강조한 구하라법

고 강한얼 소방관. 사진 언니 강화현씨

고 강한얼 소방관. 사진 언니 강화현씨

2019년 1월 29일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한 여성 소방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수백 건의 응급구조 과정에서 얻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원인이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18일 “순직이 인정된다”며 아버지 A씨(65)가 청구한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딸의 순직 소식을 들은 친모 B씨(67)는 유족급여 등 1억 여원을 받았습니다. A씨와 1988년 3월 협의 이혼을 한 후 32년 만에 나타나 ‘법적 상속인’을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이른바 ‘전북판 구하라 사건’ 논란의 시작입니다.

이에 A씨와 큰딸은 ‘양육비 청구’ 소송으로 맞섰습니다. “장례식장조차 오지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이유에섭니다. 가족 등에 따르면 A씨는 이혼 당시 각각 5살, 2살이던 두 딸을 배추·수박장사 등을 하며 키웠답니다.

'전북판 구하라' 소방관 父 "엄마 자격 없다"

A씨 부녀는 “B씨가 부모로서 어떠한 역할도 없이 전남편에게만 방치했다"며 양육비 소송을 냈습니다. “이혼 후 두 딸을 보러 오거나 양육비를 부담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B씨는A씨에게 양육비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는 판시도 했습니다. 그러자 친모 측은 재판 후 항소를 포기하고 40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또 나머지 3700만원은 5년에 걸쳐 월 61만원씩 양육비를 입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순직한 강한얼 소방관의 언니 강화현 씨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 구하라 씨 친오빠 구호인씨, 강화연씨,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연합뉴스

순직한 강한얼 소방관의 언니 강화현 씨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 구하라 씨 친오빠 구호인씨, 강화연씨,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연합뉴스

친부, 공무원연금公에 유족급여 제한 신청

하지만 A씨 부녀와 네티즌 등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유족급여와는 별개로 B씨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91만원의 유족연금을 받도록 돼 있어서입니다. 결국 A씨 부녀는 지난달 23일 공무원연금공단 측에 ‘재해유족 급여 제한 신청서’를 냈습니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모가 유족급여와 연금 등을 가져가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공교롭게도 A씨 부녀가 급여 제한 신청서를 낸 날은 이른바 ‘공무원 구하라법’이 시행된 첫날이었습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A씨 가족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습니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서울 중랑구 갑)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법원 "생모도 양육책임…7700만원 지급하라" 

개정안에 따르면 자녀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부모에게는 유족급여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족이 유족급여 제한 신청을 하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심의회는 부모와 자식 간 동거 기간과 경제적 지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당연히 학대나 범죄행위 등도 고려해 전반적인 양육 책임을 다했는지를 살펴본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자녀의 유산 등도 받을 수 없다”는 게 골자입니다. 아동학대 및 방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제야 큰 산 하나를 넘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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