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언유착 없다" 무죄…채널A 논란, 474일간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2021.07.17 05:00

업데이트 2021.07.17 09:54

474일.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여기엔 202일간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의 구속기간이 포함돼 있다. 이 전 기자 측은 16일 무죄 선고 직후 “무리한 수사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젊은 기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입장문을 냈다. 1년 4개월동안 이 전 기자를 둘러 싸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언유착’에서 ‘권언유착’으로?

사건이 불거진 건 지난해 3월 31일부터다. “채널A 이모 법조팀 기자가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라젠의 전 대주주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며 강압적으로 접근했다”는 MBC의 소위 ‘검언유착’ 단독 보도가 계기였다. ‘“가족 지키려면 유시민 비위 내놔라”…공포의 취재’, ‘“OOO 검사장과 수시로 통화”…녹취 들려주며 압박’이란 제목의 MBC 뉴스데스크 연속 보도였다.

당시 보도는 이동재 전 기자가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내 “검찰이 가족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며 면담을 요청했고, 이후 이 전 대표의 지인 지모(56·제보자X)씨를 만나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가족이 체포되는 등 가혹한 수사를 받게 될 것”이란 취지로 발언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기자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과 통화 녹취록을 보여주며 친분을 과시하는 등 제보를 종용했다고도 했다.

이 전 기자 판결문에 따르면 보도 전 이 전 기자가 지씨와 만나는 자리에 미리 지씨 제보를 받은 MBC 기자가 몰래 동행 취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31일 MBC가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유착 의혹을 처음 보도했을 당시 방송 장면. 한동훈 검사장이 익명으로 표기됐다. [사진 MBC]

지난 3월 31일 MBC가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유착 의혹을 처음 보도했을 당시 방송 장면. 한동훈 검사장이 익명으로 표기됐다. [사진 MBC]

이같은 MBC 보도 직후 지난해 4월 7일 민언련이 이 전 기자와 녹취파일에 등장한 ‘성명불상의 검사’를 협박죄로 고발했고, 검찰은 곧바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에 ‘검언유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경이다. 하지만 수사 진행 과정에서 지씨가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과 교류했고, 이 전 기자의 취재나 발언을 유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리어 권언유착(權言癒着)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실제 MBC 보도가 있기 9일 전인 지난해 3월 22일,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씨도 같은 날 해당 게시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이라고 썼다. 이틀 뒤인 같은 달 24일 지씨는 또다시 페이스북에 "이번 주말에는 유시민 작가님한테 쐬주 한잔 사라고 할 겁니다. 왜 사야 되는지 금요일쯤은 모두가 알게 될 걸요?ㅋㅋㅋㅋ"라는 글을 게재했다.

채널A 사건 관련 '제보자X'로 불린 지모씨가 지난해 3월 22일 공유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게시글.[사진 페이스북]

채널A 사건 관련 '제보자X'로 불린 지모씨가 지난해 3월 22일 공유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게시글.[사진 페이스북]

202일간 구속…제보자X 출석 거부, 재판 공전

사건이 불거진 후 채널A에서 해고된 이 전 기자는 수사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하지만 그해 7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고, 한 달 뒤인 8월 백모 기자와 함께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재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던 수사팀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도 한 검사장과 공모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법원에서의 시간은 지난(至難)했다. 의혹을 처음 제보한 지씨가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받기 전까지는 법정에 나가지 않겠다”며 법원의 증인 출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씨는 법원의 구인장 발부에도 출석을 거부해 신문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이 공전을 거듭한 이유다. 그러던 중 올해 2월 이 전 기자는 구속 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재판부의 보석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이 전 기자가 구속된 지 202일 만이다.

재판부는 결국 21차례의 공판을 거쳐 올해 5월 변론을 종결했다. 검찰이 이 전 기자를 구속기소 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그러면서 1심 법원은 지난 16일 이 전 기자와 백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취재 윤리는 위반했지만, 강요미수죄가 되는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검언유착 의혹의 근거였던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대화 녹취파일을 지씨에 들려준 행위는 “지씨의 유도에 의한 것”이며, 이철 대표가 이를 자신을 협박하는 것으로 오해했다면 “중간 전달자인 지씨가 왜곡, 전달한 것”이라고 봤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秋-尹 갈등, 독직폭행 사건으로 이어져

이 사건은 이른바 ‘추·윤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등 큰 파장을 불렀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이 사건에 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당시 대검이 이동재 기자 요구를 수용해 외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절차를 중단시키고 윤석열 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추 전 장관이 같은 해 11월 말 채널A 사건 수사방해 등을 이유로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하자 윤 전 총장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건을 파생하기도 했다. 당시 채널A 사건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현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지난해 7월 29일 이 전 기자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여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정 차장검사는 다음 달 12일 1심 선고를 앞둔 상태다. 검사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