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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거래제 부실하니 탄소세 매긴다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 장담 못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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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호 08면

[SPECIAL REPORT]
뜬구름 잡는 ‘2050 탄소중립’ 

일각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단으로 기대하는 탄소세(carbon tax)는 국내에 도입될 수 있을까. 지난달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른바 ‘탄소세법’이라 명명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과세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유연탄·무연탄·중유 등에도 단계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올해 일몰 예정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유효기간을 없애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25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지난달 관련법 개정안 발의 #EU, 2023년 탄소국경세 도입키로 #전문가들 과세 놓고 찬반 팽팽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거래제처럼 시장 원리에 따라 탄소에 가격이 매겨지는 개념인 탄소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국내에 발의된 내용처럼 자국 내에서 부과하는 일반 탄소세다. 세계 25개국이 도입해서 자국 내 환경보호와 세수 확보에 활용 중이다. 다른 하나는 무역에서 관세와 함께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다. 기존 거래제와 탄소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 유럽연합(EU)은 올해 중에 세부안을 확정하고 2023년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EU가 탄소 1t당 30유로를 과세할 경우 우리 기업들이 1.9% 관세율 수준의 비용을 추가 감당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기업에만 적용되는 거래제의 경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거래가격 변동성이 커져 기업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 간 불평등이 유발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와 달리 배출 할당량이 없는 탄소세는 가격도 변동하지 않아 거래제 같은 부작용이 없고, 광범위한 세수 확보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다른 일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에 1991년 탄소세를 도입한 스웨덴은 경제성장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201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26% 감축에 성공했다. 스위스는 탄소세를 걷어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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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치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타나는 거래제와 달리, 탄소세는 할당량이 없는 관계로 감축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적용 대상 기업 수를 한정하는 거래제와 달리 탄소세는 탄소배출 규모와 무관하게 영세 업체나 일반 시민도 부과 대상이라 사회 전반의 부담은 커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거래제에 집중해야 하는지, 탄소세를 도입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회복세를 염두에 두고 그간 미뤄둔 탄소세 등 환경오염에 대한 과세 강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제사회 분위기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거래제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과 사회 각계에 부담을 주는 탄소세를 한국만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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