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보다 많은 탄소세 낼수도"…EU 시행법에 포스코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1:49

유럽연합(EU)이 14일(현지시각) ‘탄소국경조정제도(CBAMㆍ탄소국경세) 시행법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영업이익을 모두 탄소국경세로 납부할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U는 시행법안에서 탄소국경세를 2026년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혀 특히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포스코ㆍ현대제철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또 EU는 2035년부터 사실상 휘발유·디젤차를 팔지 못하도록 해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EU, 탄소국경세 시행법안 발표 파장

EU의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인 국내 기업들은 15일 "예상은 했지만 뾰족한 대처 방안이 없어 감내해야 할 영업손실을 추산해보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EU의 탄소국경세는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한 탄소가격을 부과해 징수한다. EU 역내 생산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은 탄소세를 내야하는 식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직원들이 고로를 막고 있던 흙담을 뚫자 누런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사진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직원들이 고로를 막고 있던 흙담을 뚫자 누런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사진 포스코]

"이익보다 많은 탄소국경세 낼 수도"

EU는 이번에 탄소세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가 2019년 제안한 2030년부터 t당 75달러(약 8만6000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최근 EY한영이 발표한「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철강 EU 수출액은 약 3조3000억원(2019년)인데, 2030년부터 약 4000억원을 탄소국경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주요 철강사 영업 이익률은 5∼10% 정도인데 탄소국경세를 내면 영업이익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업이익보다 자칫 더 많은 탄소국경세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철강 기업들은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쇳물을 만드는 현재의 고로를 가동한 지 40~50년 됐고, 현대제철은 10년 정도 사용했다. 100년 정도의 사용 연한이 거의 찬 주요 유럽 기업들의 상황과 다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 수명이 많이 남은 고로를 폐기하고 석탄 대신 수소 등 친환경 연료로 쇳물을 뽑는 고로로 대체한다는 건 비용을 감안하면 대안으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협상해 시간 벌어줘야" 

기업들은 정부의 협상력에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감축 정책에 따라 각 기업이 중ㆍ장기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만큼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포스코는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연간 7000t의 수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를 철강 생산 등에 활용하고 있다.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공법’도 연구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한ㆍ중ㆍ일 등 대형 고로 생산체제에 기반한 아시아 철강사로는 처음으로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개별적으로 대응해서 될 일이 아니다”며 “우리나라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는 EU에 이 부분을 설명하고 한국은 제외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전략팀장은 “EU 회원국 간 이견도 있고 산업군과 지역에 따라 EU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향후 한국 정부의 EU 설득 과정에서 국내 산업 피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EU가 2035년부터는 배기가스를 발생시키는 내연기관차를 팔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HMG저널 캡처]

EU가 2035년부터는 배기가스를 발생시키는 내연기관차를 팔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HMG저널 캡처]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못 팔아" 

EU 집행위가 탄소국경세와 함께 EU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ㆍ디젤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도 파장이 만만치 않다. EU집행위는 2030년부터 신규 차량의 탄소 배출을 2021년 대비 55% 줄이고, 2035년부터는 100% 줄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35년부터는 배기가스를 발생시키는 내연기관차를 팔 수 없다는 의미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유럽 등 각국의 탄소 규제에 맞춰 사업계획을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전기차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를 전기차 원년으로 삼고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연간 100만대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현대차ㆍ기아ㆍ제네시스를 통틀어 총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2040년부터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EU집행위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방안을 제시하면서 기술개발 속도를 높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엔진이나 변속기 등은 산업 업종 전환까지 필요한 분야인데 국내에서 아직도 업종 전환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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