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남기 ‘80% 지원금’ 버티자, 여당서 “재정독재” 비난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제안 설명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김부겸 국무총리. 임현동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제안 설명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김부겸 국무총리. 임현동 기자

‘전 국민이냐, 소득 하위 80%냐.’

당정 재난지원금 갈등 확산 #김부겸은 홍남기 주장 힘 실어줘 #“소득 안 줄어든 고소득자 제외” #국회 예결위 추경안 심사 착수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을 사이에 두고 여당과 정부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 착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 33조원 규모의 ‘수퍼’ 추경안을 대폭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가 아닌 전 국민에게 지급하고, 소상공인 피해 지원 규모도 늘리겠다고 아예 당론으로 박았다. 여야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야당 측 반발로 번복한 일이 역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당은 서둘러 방침을 정했다.

관련기사

이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고자 한다. 동시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차별 없이 잘 돼서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 야당과 협의해 공감대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최대 900만원인 소상공인 피해 지원금(희망회복자금) 액수를 늘리고, 손실보상제 예산을 확대하는 데 대해 여야와 정부 사이에 별다른 이견은 없다.

견해차가 크게 갈리고 있는 건 재난지원금 부분이다. 전 국민과 소득 하위 80% 지급을 놓고 당정은 여전히 ‘벼랑 끝 대치’ 중이다. 지난 13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도 같은 주장을 이어갔다. 예결위 종합질의에서 “(소득 하위) 80%로 지급하는 것을 국회에서 결정해 주면 정부가 집행을 최대한 차질 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정치권에서는 (하위 80% 지급이) 국민을 가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국민 사이에서는 재난 시기에도 소득 감소가 없는 계층까지 주는 게 옳은가 회의도 많다”며 전 국민 지급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총리는 이어 “재난기에도 전혀 소득이 줄지 않았던 고소득자한테는 일종의 사회적 양해가 돼야 하는 게 아니겠냐”며 홍 부총리 주장에 힘을 실었다.

여당 입장도 강경하긴 마찬가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 ‘해임 건의’ 주장까지 고개를 들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내에선 (홍 부총리) 해임 건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재정 운용이 정치적 결정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며 “재정 독재를 하자는 건가”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정부 계획대로 오는 8~9월 지급을 시작하려면 이달 내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은 오는 23일이다. 열흘도 채 남지 않아 심사만 하기에도 빠듯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소상공인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 당정이 장기간 갈등을 이어가기보다는 추경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의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 지급하든, 전 국민에게 지급하든 예산 차이는 매우 크지 않다”며 “여야와 정부가 제각각 다른 주장을 펼치는 건 돈이 아닌 결국 정책의 효과성, 철학과 관련된 문제”라고 짚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