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둔 사장님 31년만에 최저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00:02

업데이트 2021.07.1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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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직원 없는 ‘나홀로 사장’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직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128만 명으로 31년 만에 가장 적었다. 사진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직원 없는 ‘나홀로 사장’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직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128만 명으로 31년 만에 가장 적었다. 사진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다. [뉴스1]

서울 강남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박모(41)씨는 지난해 저녁 시간대에 아르바이트하던 학생을 내보내고, 바쁠 때는 아내를 불러 가게를 꾸려갔다. 코로나19로 매출은 줄었는데 인건비 부담은 커져서다. 그는 “내년에 최저임금이 다시 크게 오르는데,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뚝 끊긴다”며 “조만간 점심 알바 학생을 내보내고 키오스크(무인 주문·판매기)를 설치해 비용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6월 직원 있는 자영업자 128만명
작년 동기보다 8만4000명 줄어
최저임금 급등에 불황 겹쳐 쇼크
사장·알바 동시 비명, 통계로 확인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는 박씨처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달 직원이나 알바를 둔 자영업자(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12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4000명이 줄었다. 이는 6월 기준으로 1990년(118만6000명) 이후 31년 만에 가장 적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세는 장기화하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1개월 연속 전년 대비 수가 줄었는데 이는 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금융위기 때를 뛰어넘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사라지는 자영업 고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라지는 자영업 고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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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직원을 내보내거나, 창업할 때 아예 직원을 두지 않는다(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의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0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미 37.4%가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껴 1인이나 가족경영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서는 201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도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이 근거가 오히려 나빠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점포에서 자동주문 시스템을 많이 사용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가족끼리만 일하는 자영업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 “최저임금 또 오른다니, 알바 내보내고 무인주문기 설치할 것”

반면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달 430만 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3000명이 늘었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직원이나 알바를 두지 않고 매장을 운영하는 ‘나홀로 사장님’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정희 교수는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고, 결국 자영업자에서 파생되는 고용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지난달 취업자 수를 업종별로 보면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업의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5만2000명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고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영업의 부진은 여전하다”며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부진 등으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진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추가적인 충격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에 사실상 ‘통행금지’에 가까운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7월 고용통계에서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더 크게 드러날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도 당장의 고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월급을 올려) 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 ‘지급 불능 상태’”라며 “이런 현실을 외면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지급 불능’에서 ‘자발적 불복종’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4차 대유행의 영향은 7월 고용동향부터 반영돼 숙박업이나 음식점에선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2022년 전에도 심리적 효과로 고용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언제부터 영향을 받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6월 취업자 수는 총 2763만7000명이다. 1년 전보다 58만2000명이 늘었다. 지난해 같은 달 취업자가 전년 대비 35만2000명 감소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저효과가 크다. 취업자 수는 지난 3월 31만4000명이 늘면서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4개월째 늘고 있다.

하지만 세부지표에서는 고용의 질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달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47%(27만3000명)는 단순노무종사자다. 직업별 증감률로 따졌을 때 음식 배달원 등에 해당하는 단순노무 종사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58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600명이 증가했다. 2014년 통계 기준을 변경한 이후 6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규모다.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일거리가 없어 최근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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