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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털린 남아공 교민들 "생필품 동났다"…삼성 창고도 '활활'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아공 더반에 있는 삼성전자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모습은 한 트위터 유저가 찍어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트위터 갈무리]

남아공 더반에 있는 삼성전자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모습은 한 트위터 유저가 찍어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트위터 갈무리]

"피해 집계도 안 되고 있어요…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소요 사태가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거주 한국 교민들도 약탈로 인한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현지시간) 남아공 콰줄루나탈주(州) 한인회 이광전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공급 창고란 창고는 전부 습격 대상"이라며 "피해도 심하지만, 상점을 새로 채울 물건이 없어 생필품 구입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규모 약탈이 지속되면서 생필품은 벌써 동나기 시작했다. 현지 매체,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소요의 진원지인 콰줄루나탈주 항구도시 더반에서는 이미 식료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이 포착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항구 인근 물류 창고. 폭도들이 컨테이너박스 안에 있는 제품들을 약탈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항구 인근 물류 창고. 폭도들이 컨테이너박스 안에 있는 제품들을 약탈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 회장은 "식료품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며 "어쩌다 상점이 열리면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해 사재기를 막고 있다"고 전했다.

더반은 이번 소요 사태로 피해를 입은 LG전자 공장과 삼성 물류센터도 있는 곳이다. 앞서 지난 12일 LG전자 공장은 폭도들이 TV 등 가전 제품을 훔쳐가고 불을 질러 전소됐고 13일 삼성 물류센터에도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공 더반에 있는 삼성전자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모습은 한 트위터 유저가 찍어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트위터 갈무리]

남아공 더반에 있는 삼성전자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모습은 한 트위터 유저가 찍어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트위터 갈무리]

교민이 운영하는 공장과 가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회장은 "더반에 한인이 운영하는 가발 공장이 몇 군데 있는데 벌써 피해를 입었다"며 "물건 공급 창고, 식료품점, 대형 할인매장, 상점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요 사태가 들불처럼 번진 탓에 경제 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도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남아공 한인회 손춘권 회장에 따르면 요하네스버그의 대형 쇼핑몰 안에 입점해 있는 사진관, 잡화점, 인쇄소 등이 약탈 피해를 입었다.

손 회장은 "대사관에서 소요 상황을 안내하는 공지사항을 보내고 있어, 그걸 참고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더반과 요하네스버그 외의 지역에서는 신고 피해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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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에 따르면 남아공에 있는 한국 교민 수는 3000명 가량이다. 더반에는 8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소비재 협의회는 최소 800곳의 소매점이 약탈당해 피해 규모를 50억랜드(약39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남아공 주류협회도 600곳 이상의 주류 판매점이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다.

이날 더반과 요하네스버그를 연결하는 주요 고속도로도 폐쇄됐다.

남아공의 피터마리츠버그에 이어 마크로와 차이나몰이 있는 공원이 화재로 뒤덮였다. [SNS 갈무리]

남아공의 피터마리츠버그에 이어 마크로와 차이나몰이 있는 공원이 화재로 뒤덮였다. [SNS 갈무리]

BBC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는 전날부터 무장한 군·경 병력을 투입했지만, 폭도 수 자체가 더 많아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요 사태로 전날까지 72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아프리카경찰은 폭동을 도발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 12명을 용의 선상에 올렸으며 폭도 123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12일 연설에서 군 병력 투입을 예고하면서 "시위가 정치적 불만에서 시작됐지만, 범죄 조직이 시위를 장악해 약탈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9일 흑인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선 제이콥 주마(79) 전 대통령이 뇌물 및 사기, 법정모독죄로 15개월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7일 감옥에 수감되면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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