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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폭동에 삼성·LG공장 약탈 피해…“길도 다닐 수 없는 지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군중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LG전자 공장. [사진 교민 제공=연합뉴스]

12일 군중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LG전자 공장. [사진 교민 제공=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동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공장이 약탈당하고 불에 탔다. 회사 측은 현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한 뒤 남아공 경찰·소방 등과 함께 상황을 수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일 방화로 LG 생산·물류시설 전소 #20만 대 규모 TV 공장서 약 100명 일해 #삼성 공장도 피해 입은 것으로 알려져

LG전자에 따르면 이날 새벽 남동부 항구도시 더반의 산업단지에 있는 LG전자 TV 사업장에 폭도들이 침입해 제품과 장비·자재를 약탈했다. 오후에는 폭도들의 방화로 생산 시설과 물류 창고가 모두 불에 탔다.

LG전자 측은 “현지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따르면 현재 길거리를 다닐 수 없으며 현지 직원들은 보안업체 보호 아래 안전한 곳에 있다”며 “현지와 연락도 쉽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폭동·방화 격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남아프리카공화국 폭동·방화 격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명 피해 없어, 물적 피해 파악 중” 

LG전자 측은 회사 관련 인명 피해는 없으며 물적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습격당한 더반 사업장은 한 개의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TV와 모니터를 생산한다. 생산한 제품은 남아공 현지에서 판매해왔다. 근무 인원은 100명가량으로 한국인 주재원이 한 명, 나머지는 현지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곳 TV 생산 규모는 연간 20만 대 정도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산라인을 제외한 인력은 재택근무 중이었으며 이번 사건으로 모든 직원이 복구 전까지 공장에 출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물류공장도 일부 약탈 피해 

LG전자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이집트 텐스 오브 라마단시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남아공 더반 공장을 두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지난해 2조2401억원, 올해 1분기 7900억원 규모다.

12일 군중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LG전자 공장. [사진 교민 제공=연합뉴스]

12일 군중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LG전자 공장. [사진 교민 제공=연합뉴스]

13일 현지 기업 주재원 등에 따르면 콰줄루나탈주에 있는 삼성전자 물류창고에서도 일부 약탈 피해가 발생했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창고는 남아공 내 판매를 위한 수입 제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선 같은 더반 지역에 있는 삼성전자 TV 공장도 피해를 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통신 사정이 원활하지 않지만 삼성 공장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아공 현지 매체인 더사우스아프리칸은 12일 “폭도들이 삼성 사옥 인근 두베 무역항 일대를 약탈하는 폭도들의 영상이 유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아직 피해가 보고된 바 없다”며 “공장을 폐쇄하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삼성전자의 더반 공장 규모는 LG전자보다 2배 이상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 폭동 대도시로 번져  

이번 폭동은 제이콥 주마 전 남아공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와 함께 촉발됐다. eNCA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는 나흘 전부터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다가 지난 주말 경제 중심 도시인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주로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하우텡주에서 4명, 콰줄루나탈주에서 2명 등 6명이 사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사망자는 32명으로 늘었다.

12일 약탈당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쇼핑센터. [사진 AFP=연합뉴스]

12일 약탈당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쇼핑센터. [사진 AFP=연합뉴스]

시위대에 의해 광범위한 약탈이 이뤄지고 대형 화재로 LG전자 공장이 전소하는 등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다행히 우리 국민에 대한 인명 피해는 없는 상태다. 외교부에 따르면 남아공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총 3300여명 규모다. 이들 대부분은 비교적 안전한 주택단지 내에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외출을 삼간 채 대사관과 비상연락 체계를 유지하며 안전 상황을 공유 받고 있다.

외교부 "현지 공관에서 LG 측과 긴밀 소통" 

외교부 당국자는 “주남아공 한국 대사관에선 상황 초기부터 남아공과의 국제관계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경찰청 고위 관계자 등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우리 기업의 피해 상황을 전달하고, 남아공 정부가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LG전자 공장의 피해 규모에 대해선 “현지 폭도와 시위대가 (공장) 주변에 있어서 진입이 쉽지 않은 탓에 아직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지 공관에서 LG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오늘(13일) 중으로 추가 보고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은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현지 당국과 협업하고 있다며 더반 지역 등에서 이동을 자제하고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1일 대국민 담화에서 델타 변이에 따른 코로나19 제3차 확산에 따라 제4단계 봉쇄령을 2주 동안 연장한다며 폭력 시위자는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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