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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란 아닌 당국 책임"이란 정은경…野 "文 인사스타일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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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놓고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과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이 야권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야당은 두 사람을 사실상 ‘코로나 방역의 실패 책임자’로 규정한 상태다.

기모란 방역기획관(왼쪽)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오른쪽)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특별 방역 점검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기모란 방역기획관(왼쪽)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오른쪽)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특별 방역 점검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방역의)실무 총책임자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기모란 방역기획관 두 사람에 대한 즉각적 경질로 코로나 극복 의지를 국민에게 확인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실무 책임자를 경질하지 않고 국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정치 방역이 아닌 과학 방역에 나서 주시기를 진심으로 충언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중대본도 있고 질병관리청도 있는데 청와대에 방역기획관이 왜 필요한가”라며 “쓸데없이 국민 세금이나 축내는 옥상옥 불법 건물인 방역기획관 자리는 당장 철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가세했다.

6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두번째)과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오른쪽)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두번째)과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오른쪽)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두 사람은 코로나 방역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 4월 “방역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청와대 내 새 직제까지 마련해 기 기획관을 임명했다. 과거 “백신 도입이 급하지 않다”고 주장했던 기 기획관의 임명을 놓고 야권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지만, 청와대는 이러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았다.

그 무렵 이진석 실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코로나 상황 때문에 이 실장을 교체할 수 없다”며 이 실장에게 방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계속 맡겼다. 그는 의사 출신으로 지난 대선 시절 문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구성됐던 ‘광흥창팀’에서 활동했던 최측근 인사다.

문 대통령은 이 실장을 지키기 위해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부정부패로 검찰에 기소되기만 해도 당직을 박탈하겠다”고 약속했던 인사 원칙까지 무너뜨렸다.

기모란 방역기획관(오른쪽)이 5월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특별 방역 점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기모란 방역기획관(오른쪽)이 5월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특별 방역 점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이 주도한 방역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식의 희망 섞인 발언이 이어갔다. 그러던 중 코로나는 4차 대유행 국면에 접어든 끝에 사실상의 봉쇄 조치에 근접한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4단계 거리두기 실행 직전까지 문 대통령은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에 대한 대책을 여러차례 요청하던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결국 지난 12일 특별방역대책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조금 더 참고 견뎌내자고 당부드리게 돼 대단히 송구하다”면서도 상황 오판에 대한 사과나 그에 따른 책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의에 참석했던 오세훈 서울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를 언급하며 “우리가 방역에 실패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뜻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여권은 ‘대통령 인사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4차 대유행의 원인은 계절적 요인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폭증 등 종합적인 것”이라며 “어떤 한 사람이 책임 질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은경 청장도 ‘기모란 책임론’에 대한 질문을 받자 “책임은 정부 당국에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왼쪽)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왼쪽)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이러한 상황과 관련 “한 번 신뢰한 사람을 잘 바꾸지 않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출금을 주도한 혐의를 받았던 이광철 민정비서관에 대한 경질론이 빗발쳤지만 이 비서관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일 검찰이 이 비서관을 기소한 뒤에야 사표를 받았지만, 교체 시점은 ‘후임자 지명때까지’로 미뤘다. 민정수석실에는 현재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까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나 4명의 비서관 중 2명이 사실상의 공석 상태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의 후임자 인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표를 낸 채로 청와대로 출근하고 있는 이 비서관의 어중간한 임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2020년 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2020년 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의 참모가 불명예스럽게 청와대를 떠나지 않도록 배려해왔다”며 “기 기획관과 이 실장의 경우도 방역 상황이 완전히 개선될 때까지 거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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