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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동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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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해리 기자 중앙일보 기자
박해리 정치국제기획팀 기자

박해리 정치국제기획팀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생후 59일 아들과 함께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24개월 이하 자녀와 함께 국회 회의장 출입을 허용하자는 ‘아이동반법’을 발의했다.

유럽의회와 호주·뉴질랜드 국회 회의장에는 자녀 출입이 허용된다. 호주에서는 한 의원이 수유하며 연설을 한 적도 있다. 해외에선 낯설지 않지만 용 의원의 회견에 대한 국내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여자는 집에서 애나 봐라’식의 상식 이하 악플은 논외다. 하지만 육아인의 공감도 그다지 얻지 못했단 점은 짚어봐야 한다.

이유가 뭘까? 생후 23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성 A씨는 “국회에 아이 데려갈 수 있다고 나도 회사에 데려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으냐”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A씨는 출산휴가 후 바로 복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사에 남편이 육아휴직한다는 내용도 부러웠다. 우리 남편은 연차도 제대로 쓸 수 없다”며 “일을 그만두면 속 편하지만 그럼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덧붙였다. 현실 육아에 치인 A씨에게 국회 아이동반법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법안에 대해 용 의원은 “아이 돌봄을 국회가 공적인 의제로 바라본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법안의 상징성은 중요하다. 우리 국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상징이 현실 세계에 주는 낙수효과가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현실 육아인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갈 뿐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은 스웨덴은 1995년부터 부모 각자에게 육아휴직을 할당했다. 현재는 남녀 240일씩 총 480일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240일 중 195일은 월급의 80%를 지급한다. 남성 육아참여 비율이 높은 핀란드는 지난해 부모가 유급휴가를 더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육아휴직 제도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육아제도에 있어 한국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용 의원이 임기 중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16개로 그중 출산·육아에 관한 법은 아이동반 법이 유일하다. 용 의원의 외침이 더 많은 육아인들에게 공감을 받으려면 우리 사회 전반의 육아제도 수준을 높이는 입법에도 힘쓰는 모습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국회가 그들만이 사는 세상이 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