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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vs 강북 부자 다르다] 졸부- 자수성가형 투자 패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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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최근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우리나라 돈으로 35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남아도는 여윳돈을 내놓은 게 아니라 자신의 재산 중 85%를 쾌척한 것이다.

진정한 부자는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에 더 신경 쓴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했다.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자식을 망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렇지만 아직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부자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자식한테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부자라고 하면 좋지 않은 인식이 아직까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단 색안경을 끼고 부자를 바라본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의 모든 사람은 부자가 되길 원한다. 겉으로 욕하면서도 ‘그들만의 리그’에 끼고 싶어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부자는 어떤 모습일까? 이마에 ‘부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다니면 “아, 이런 사람들이 부자구나”를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럴 리 만무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부자의 모습과 실제 부자의 모습은 좀 차이가 난다.

쉽게 얘기하면 ‘별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겉모습으로 보면 전혀 부자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게 소박한 사람이 많다.

부자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행의 PB나 고액의 부동산 상담을 해주는 컨설턴트 등)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경향은 더하다.

그렇지만 실제 부자들의 경우 일반 사람보다 돈에 대한 개념은 더 뚜렷하고 투자 원칙도 확실하다고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번 것인지, 돈을 벌어서 그렇게 된 것인지에 상관없이 말이다.

여전히 부동산 부자가 많아

또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고 투자의 기본적인 격언인 ‘분산 투자’도 잘하고 있다. 대박의 꿈을 좇기보다 지금 갖고 있는 재산을 좀 더 안정적으로 불려 나가기를 원한다는 얘기다. 유명 은행의 PB를 거쳐 지금은 부동산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 이문숙 LMS컨설팅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부동산 관련 상담을 해주다 보니 대부분이 부동산을 포함해 부를 축적한 부자가 많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포함해 100억원 정도는 넘어야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과거에는 8 대 1이나 9 대 1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최근에는 비중이 8 대 2나 7 대 3 정도로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 역시 “현금 동원력이 30억원은 넘어야 하고 전체적으로 50억~150억원은 갖고 있어야 부자 소리를 듣지 않겠느냐. 대부분의 부자는 재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부동산 비중이 80%를 넘는다. 주식 투자를 하는 부자는 고객 중 10%도 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의 정책이라든지 금리라든지 경제 변수에 아주 민감하다”고 전했다.

명확한 투자 원칙을 갖고 트렌드를 중시한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혔다. 부동산을 큰 축으로 하고 있지만 새로 등장한 금융상품이나 속칭 ‘뜨는 상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시중은행의 한 PB센터 지점장은 요즘 부자의 투자 경향을 이렇게 설명한다.

“부동산 비중이 대부분 70~80%를 차지하고 있고 부동산 투자 역시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이외에는 채권을 선호한다. 특히 최근 해외펀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미국이나 호주·유럽 등의 채권을 찾고 있다. 수익률이 높지는 않지만 은행 이자보다 좋으면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대박을 좇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8·31 부동산 대책 이후에는 부동산이 시들해지면서 골프 회원권 투자에 관심이 많더니 최근에는 해외 미술품이나 골동품을 찾는 부자도 늘고 있다.”

이문숙 대표는 “부동산 이외의 자산도 분산 투자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에 예금해도 한 은행에 다 넣지 않고 제1 금융권과 제2 금융권 등에 나눠 예치한다. 이자가 높지 않은 예금도 분산 투자한다는 얘기다. 또 최근에는 해외 쪽에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단순히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녀들을 조기유학 보낸 상태이기 때문에 해외에도 거점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 있다. 금융상품 역시 지난해에는 적립식 펀드를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정기예금 쪽으로 상당히 갈아탔다”고 전했다.

2세 태어난 즉시 증여하기도

투자만큼 상속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부동산 등에 투자할 기초 단계부터 자녀들에게 물려줄 효과적인 방법을 같이 고려한다는 분석이다. 고종완 대표는 “부동산 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지만 항상 증여나 상속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문숙 대표 역시 “2세가 태어나는 즉시 증여를 시작하는 부자가 많다. 자녀에게도 어렸을 때부터 자산 관리를 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특히 젊은 부자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에서도 어떻게 부자가 됐느냐에 따라 투자 행태가 다르다.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부자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고수익·고위험 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수성가한 경우에는 스스로 꼼꼼히 정보를 찾아 투자하는 경향이 많다. 또 대부분은 안정적인 블루칩을 선호한다. 특히 일반인은 부담스러워하는 고가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한 증권사 압구정지점장은 “일반인은 고가주의 경우 몇 주 사지 못하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지만 부자는 고가주들이 왜 고가주가 됐는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 또 업종을 선도하고 있는 종목을 좋아한다.

과거에는 대표적인 블루칩인 삼성전자 등을 선호했지만 최근 상승 탄력이 떨어지면서 농심·SK텔레콤·제일기획·KCC 등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지점장은 “흔히 부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절대 데이트레이딩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1~2개월 정도 보유한 뒤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 자산 규모로 보면 4분의 1이나 5분의 1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의외의 사람도 있다. 부모로부터 아주 큰 재산을 물려받은 고객인데 10억원이나 되는 돈을 갖고 작전주나 급등주·저가주만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중간 중간 매입한 주식이 급등해 높은 수익을 냈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계좌 잔고가 줄어드는 것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돈을 모은 과정에 따라 씀씀이나 옷차림이 다르다는 점도 특징이다. 원래부터 재산이 많은 부자냐, 갑자기 부자가 됐느냐에 따라 투자나 소비 패턴이 다르다는 얘기다. 강남 부자와 강북 부자의 차이점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부자들의 경우 명품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갑자기 부자가 된 이른바 ‘졸부’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고가의 명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 시중은행 PB팀장은 “재산이 몇십억원대가 되는 부자 중에는 누가 봐도 ‘짝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가짜 명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VIP 고객의 경우 자녀 결혼식에 화환이나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굳이 화환을 하겠다는 사람한테는 현금으로 내라고 요구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돈도 안 되고 거추장스러운 화환을 받느니 현금으로 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기부금으로 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의 한 증권사 영업팀장은 “부자라고 해도 대부분 수수한 옷차림의 사람이 많다. 부모한테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은 고가 브랜드를 선호하지만 튀지 않는 옷차림을 좋아한다. 그냥 보면 옷이 좋아 보일 뿐 티를 잘 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극과 극인 경우도 있다.

개중에는 누가 봐도 도대체 얼마의 돈을 외모에 썼을까 싶은 사람도 있다. 한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아주 초라한 행색을 한 할머니 한 분이 장 마감 직전쯤 와서 신입사원하고 상담하고 갔다. 심하게 얘기하면 투자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팔러 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다음날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그 할머니가 10억원짜리 수표 한 장을 들고 계좌를 만들겠다고 찾아온 것이다. 겉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문숙 대표는 “강남 부자와 강북 부자가 다른 것 같다. 강남 부자는 명품으로 치장하고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등 누가 봐도 돈 냄새가 난다. 그렇지만 원래 부자가 많은 강북 부자의 경우에는 티가 거의 나지 않는다. 특히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은 자녀 교육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 꽤 되고 고급문화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고종완 대표는 “큰 부자일수록 검소한 스타일이 많다. 특히 나이가 드신 분들의 경우에는 아주 검소하다. 물론 30~60대 초반의 신흥 부자들의 경우 명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이 전문직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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