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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탁 아닌 배틀' 야당의 20대 입 "취업 미룬다, 감수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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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상 초유의 30대 당 대표가 당선되더니, 이번엔 20대 대변인을 뽑았다. 지명도에 따른 발탁이 아니라 선출직인데, 그 선출 과정도 치열했다. 과정과 결과 모두가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켰고, 대표에 이은 대변인까지 두 번의 파격으로 제1야당 지도부의 평균연령은 급격히 낮아졌다. 5일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선출된 임승호(27)ㆍ양준우(26)씨는 모두 90년대생이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 결승전에서 대변인으로 선출된 임승호(왼쪽), 양준우 씨가 주먹을 쥐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 결승전에서 대변인으로 선출된 임승호(왼쪽), 양준우 씨가 주먹을 쥐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각각 로스쿨생(임승호), 취업준비생(양준우)이던 두 사람은 ‘이준석표 1호 정책’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에서 14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ㆍ2위를 차지했다. 영상심사, 비공개 면접을 거친 본선 진출자 16명이 팀별 난상토론, 이준석 대표의 압박면접, 1 대 1 토론까지 거쳤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최종 문자 투표에 약 12만 명의 국민이 직접 참여했다. 4강에 함께 올랐던 김연주(55) 전 아나운서, 신인규(35) 변호사는 각각 3ㆍ4위를 차지해 상근부대변인에 선출됐다.

그간 각 정당이 ‘청년대변인’ 이름을 붙여 대변인단에 청년자리를 내주곤 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존재감 없이 국회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번만큼은 다르다. ‘진짜 당 대변인’을 뽑았는데 우연히 청년이 뽑힌 것”이라고 자평한다. 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신임 대변인단과 상견례를 한 이준석 대표는 “제가 전당대회에서 받은 표가 몇 만 표 안 될 텐데, 12만 문자투표로 당선된 여러분의 권위는 전대로 당선된 지도부의 권위 못지 않다는 걸 염두에 둬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티타임에서 임승호 대변인 내정자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2021.7.6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티타임에서 임승호 대변인 내정자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2021.7.6 임현동 기자

4명의 신임대변인단은 8일 임명장을 받고 6개월 간 제1야당의 ‘입’을 맡아 논평을 내게 된다. 대변인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고위 주요 사안은 대부분 수석대변인(황보승희 의원)이 브리핑할 것”이라면서도 “신임 대변인단에게도 회의 결과 브리핑을 맡길 수 있다”고 전했다.

임승호 대변인은 고려대를 졸업한 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2017년 바른정당 청년대변인을 역임한 ‘대변인 유경험자’인데, 대변인 선출 후 로스쿨 휴학을 결정했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던 양준우 대변인은 4ㆍ7 재보궐 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연설을 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양 대변인의 지지연설에 오 후보가 “무섭다. 정말 잘 해야겠다”고 반응했다.

두 대변인에 대해 당내에선 ‘세대반란’이라는 기대와 ‘정치 경험 미숙’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일각에선 “TV토론 패널로 내세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변인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대변인은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자리가 아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당을 대표하는 입장을 낼 줄 알아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정치권의 화제로 떠오른 두 대변인을 6일 중앙일보가 인터뷰했다. 이날 당에서 ‘대변인 수업’을 받은 두 사람 인터뷰를 위해 전화와 ‘카톡’을 병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승호 “대변인 되고 로스쿨 휴학…민주당 갈라치기 비판하겠다”

국민의힘 임승호 대변인

국민의힘 임승호 대변인

로스쿨 1학년인데, 학업 병행 가능한가
휴학을 하려고 한다. 변호사 시험 1년 밀리는데, 제가 선택한 거니까 감수하겠다.
어떤 논평을 쓰고 싶나
최근 한국 사회에 지역, 세대, 성별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통합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 과거 의사파업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시국에서 장기간 의사 파업으로 무거운 짐 떠맡은 간호사들께 감사하다’고 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간호사분들도 그런 발언에 비판적이셨다. 그런 식으로 민주당이나 청와대에서 성별이나 세대, 지역 등 특정 집단을 가르는 조짐이 보인다면 그런 걸 비판하고 싶다.
당 대변인직이 정치적 현안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자리다. 역할 잘 할지 우려도 나온다
당원들도 많이 우려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7일까지 대변인직 교육이 계속 진행된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도 많은 걸 가르쳐주고 계셔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면서, 코칭을 계속 받으려고 한다.
당에서 대변인 교육을 하는 것도 처음 아닌가
처음이라고 한다(웃음)
이준석 대표에게도 쓴소리 할 수 있나
이 대표보다, 국민의힘이 지지를 받지 못했던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한다면 당원 한사람으로서 비판하겠다.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나
처음에는 우려도 하셨다. 정치가 청년들이 두려워하는 영역이기도 하고, 다만 워낙 제가 하는 걸 지지하는 분들이어서 지금은 지지해주고 계신다.

양준우 “방송에서도 20대 언어 쓰겠다…6개월 뒤 대선에서도 역할하고파”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

국민의힘에게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게 뭔가
국민의힘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다만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으로 반사이익이 더 크다. 젊은 세대는 미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세금 퍼부은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아닌,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문제, 국민연금ㆍ건강보험이 유지 가능한지 등의 문제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일하기를 바란다.
이준석 대표가 티타임 때 무슨 조언을 하던가
사실 입당원서도 그때 썼다. 방송에 출연하면 어떻게 할지, 실무적인 내용과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이대남’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뭐라고 보나
개인적 관점을 얘기하자면, 지금 정치권에서 젠더 이슈가 굉장히 성역화돼 있었다.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이야기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다. (이준석 대표가 낸)그런(극단적 여성주의가 잘못됐다는) 메시지가 2030 남자뿐 아니라 평범한 2030 여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정상인 남녀 모두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대표의 메시지에 열광했다고 생각한다.
취준생인데, 대변인은 6개월 임기다. 끝나고 정치하나
6개월 뒤면 1월인데, 대선까지 얼마 안남았을 때다.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 그 다음은 전혀 계획이 없다.
토론배틀에서 ‘입구컷’(입구에서 차단), ‘무지성’(생각이 없다는 뜻) 등 20대가 쓰는 언어를 사용해 화제가 됐다. 대변인이 돼서도 이런 언어 쓸 건가
공식 논평에 사용하는 건 조심스럽다. 방송에서 선을 넘지 않는 정도로 활용할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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