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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포항 수산업자? 사기꾼이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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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포항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윤석열 대변인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던 그는 6월 10일 대변인이 되었고, 20일 전격 물러났다. 사기에 연루된 사실이 보도된 건 29일이다. 연합뉴스

포항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윤석열 대변인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던 그는 6월 10일 대변인이 되었고, 20일 전격 물러났다. 사기에 연루된 사실이 보도된 건 29일이다. 연합뉴스

가짜 수산업자의 116억 사기사건..정치판 뇌물사건으로 번져 #현정권 들어 사기꾼 거짓말에 정치권 휘둘리는 현상 많아 주목

1. 슬그머니 터져나온 포항 사기꾼 수산업자 사건이 일파만파입니다. 경찰은 5일 사기꾼 김(43)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4명을 입건했습니다. 부장검사 1명, 경찰서장 1명, 윤석열 대변인을 지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 이밖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박영수 국정농단 특검이 연루된 사실이 알려진데 이어..갑자기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5일 ‘2년전 식사 같이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2. 알수록 창피합니다. 생계형 사기꾼이 갑자기 권력형 사기꾼이 된 건 정치에 눈을 떴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2016년 대구교도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감된 언론인(월간조선) 출신 정치인 송모씨를 만났습니다. 김씨는 2017년 특사로 풀려났고, 송씨는 자신이 보좌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대표를 소개해줍니다. 김무성은 부산출신인데,선친이 포항에서 사업했습니다.

3. 유력 정치인을 통한 인맥넓히기는 순식간이었습니다.
김무성은 장인(고 최치환 공화당의원)이 조선일보상담역을 맡은 인연 등으로 조선일보와 가깝습니다. 이동훈 논설위원을 소개했습니다. 정치부기자 이동훈은 홍준표를 소개했습니다. 송씨는 자신을 변호한 적 있는 박영수 특검을 소개했습니다. 박영수 특검은 포항으로 부임하는 후배 부장검사를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줄줄이 사방으로 3년간 퍼졌으니..어디까지일지 짐작도 안됩니다.

4. 왜들 이렇게 열심히 사기꾼을 소개해줬을까요.
일차적으로, 각종 금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외제 승용차에서부터 명품시계와 골프채, 대게 파티까지 별의별 향응이 제공됐습니다. 당사자들이 시인할수밖에 없는 것이..김씨가 각종 증거물을 가지고 있답니다. 속칭‘쥐약’을 먹이고 사진까지 찍어두었으니 꼼짝 못하는게 당연합니다.

5. 근본적으로, 죄의식이 마비되었기 때문입니다.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무조건 김영란법(청탁금지 및 금품수수금지법)에 걸립니다. 그걸 모를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받았다는 건..그런 관행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정치권과 언론계에 해당되겠습니다만..쥐뿔도 없는 엉터리에게 줄줄이 낚인 걸 보면 꽤 만연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6. 그런데..뭔가 찝찝합니다. 왜 정치판에 사기꾼이 넘칠까요.
윤석열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말이 많았던 ‘검언유착’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윤석열의 측근 한동훈 검사와 채널A기자가‘유시민의 비리를 조작하자’고 모의했다는 것이 ‘검찰+언론 유착’의혹입니다. 얼굴 없는 제보자X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거짓말에 MBC와 KBS까지 동원됐습니다. 재판 결과 거짓으로 드러나기까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추미애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지휘권을 행사하는등 정치적으로 활용했습니다.

7. 벌써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지만..대형 사기사건 라임, 옵티머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범 김봉현과 이혁진이 투자자들에게 끼친 손해도 심각하지만 정치판에 남긴 악영향도 만만찮습니다. 사기꾼이 거짓말로 정치판을 흔들고선..이후 정치국면이 바뀌면 흐지부지입니다. 현정권 실세들의 연루 의혹만 남아 정치불신을 키웁니다.

8. 이번엔 사기꾼에 농락당하지 않을까요?
조선일보 이동훈이 윤석열 대변인이 된 것이 6월 10일. 갑자기 대변인에서 사퇴한 것이 20일. 사기 연루 사실이 보도된 것이 29일입니다. 김씨가 ‘선동(배에서 얼린)오징어 사업으로 돈벌게 해주겠다’며 116억원을 모아 빼돌린 사기사건인데..정치 사건으로 번져가는 느낌입니다.
수사권을 쥔 경찰이 시중의 루머와 오해를 잠재울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