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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재명vs윤석열..피할수 없는‘역사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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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쓰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쓰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이재명 '친일파 점령군 합작'발언..윤석열 '절대 용납불가' 반박 #첨예한 현대사 쟁점..정치선동보다 통치철학 담긴 토론 되어야

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때이른 역사논쟁에 불을 질렀습니다. 지난 1일 대선출마 선언 직후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았다가 한 마디 했는데..야권이 발칵하더니..4일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등판했습니다. 갑자기 역사전쟁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2. 이재명 지사가 역사논쟁을 의도하진 않은듯 합니다. 고향을 찾은 김에 민족저항시인 이육사 문학관을 찾아 덕담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는가..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친일파가 득세하는 바람에) 독립운동하다 옥사한 이육사에 대한 평가 예우 보상이 부족했지 않았냐’는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3. 야권이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이 한발 늦게, 매우 강하게 치고 나와 주목됩니다. 페이스북에 ‘셀프 역사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들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합니다..상식을 파괴하는 세력이 더이상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4. 이재명 캠프는 윤석열이 등장하기 하루전인 3일 입장문을 냈습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유승민이 ‘미군이 점령군이면, 집권하면 몰아낼 것이냐’고 비난한데 대한 답변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해당 발언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을 말하는 것..승전국 미국이 일제를 무장해제하고 그 지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했으므로 점령이 맞다..주한미군은 합법정부인 이승만 정부와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는 군대다. 미군정과 명백히 다르다. ’

5. 이 대목은 맞는 말입니다. 해방직후 주둔한 미군은 점령군이죠.그런데 ‘점령군’이란 표현은 이재명이 안동에서 언급한 얘기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이재명은 ‘친일청산 부실’로 ‘깨끗하지 못한 출발’이라고 말했습니다.
‘친일청산’만 해도 간단치 않은 논쟁거리입니다. ‘친일청산이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에는 대다수가 동의하지만..원인과 경과에 대해선 주장이 갈립니다. 이승만이 권력욕에 친일파와 야합한 것인가, 아니면 나라를 보전하기위해 친일파를 포용한 것인가..이승만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6. ‘깨끗하지 못한 출발’은 비난의 소지가 더 큰 표현입니다.
친일파 청산 문제보다 더 큰 차원에서..건국을 총체적으로 폄하하는 발언으로 들립니다.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4일 이재명을 지원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나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이 대목과 관련된 언급은 피하고 있습니다.

7. 건국과 전쟁의 현대사는 현재진행형 핫이슈입니다.
국민적 관심도 높을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 개인의 상식과 철학을 넘어 차기정권의 지향성까지 규정합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대립각이 첨예해질 이번 대선에선 피해갈 수 없는 격전장이 될 겁니다.

8. 안타까운 건..표를 의식한 설전이라지만..정치인들의 발언수준이 낮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도 충분치 못해 보이고, 그 역사를 꿰뚫는 통찰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현대사인만큼 학자들 사이에 정치적 편향성은 있지만..다행히 연구성과는 꽤 축적돼 있습니다.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학자부터 ‘청빙’해보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2021.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