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美는 점령군" "日 분단됐어야" 반미·반일 논쟁 불붙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14:33

업데이트 2021.07.04 15:16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 이육사 시인 외동딸 이옥비 여사와 손을 잡은 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 이육사 시인 외동딸 이옥비 여사와 손을 잡은 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때아닌 ‘이재명발 미 점령군’ 논란이 뜨겁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침략 국가인 일본이 분단됐어야 한다”고도 했다. 선거 때마다 고개를 드는 이른바 ‘반미ㆍ반일 몰이’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원웅 "소련 해방군" 발언 맞물려 파장
비판엔 "美도 인정. 맥아더 포고 봐라"
기술적으로 맞지만 "조선 독립" 전제
"침략국가가 분할점령됐어야 하는데"
과거에도 日 상대로 같은 발언
"대한민국 정통성 흔드는 포퓰리즘" 우려

발단은 이 지사가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 문화관을 찾아 한 발언이었다. 그는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나.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 친일 잔재가 완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판이 제기되자 이 지사 측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캠프 대변인단은 “해당 발언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 해방공간에서 발생했던 일을 말한 것”이라며 “승전국인 미국은 일제를 무장해제하고 그 지배영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했으므로 ‘점령’이 맞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또 “미군 스스로도 ‘점령군’이라고 표현했으며, 미군은 한반도를 일본의 피해 국가가 아니라 일본의 일부로 취급했다”며 “맥아더 포고령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김원웅 광복회장이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소련군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 발언과 맞물리며 파장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맥아더 포고문.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캡처

맥아더 포고문.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캡처

이 지사 측이 언급한 맥아더 포고령, 즉 ‘미국 태평양 방면 육군 총사령관 포고’ 제1호(1945년 9월9일)에서 “본관의 지휘 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한다”고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조선 인민의 오랫동안의 노예 상태와 적당한 시기에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명심한다”는 전제도 담고 있다. 기술적으로 점령은 맞지만 목적이 해방과 독립이고, 그 주체를 조선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포고령 이후 45년 10월 13일 맥아더에게 내려진 ‘한국의 미군 점령 지역 내 민간 행정에 대한 기본 지령’은 일본의 사회ㆍ경제ㆍ재정적 통제로부터 한국의 완전한 자유 획득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점령군’이나 ‘합작’ 같은 단어들이 갖는 부정적 함의를 고려할 때 이를 ‘깨끗하지 못한 나라의 출발’로까지 연결한 이 지사의 발언은 왜곡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침략 국가인 일본이 분단됐어야 되는데, 일본에 침략당한 피해국가인 우리가 왜 분단을 당합니까?”라고 말했다. 한ㆍ일관계 및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반도 분단 현실을 언급하며 나온 발언이다.
사실 이 지사가 ‘일본 분단’을 말한 건 처음도 아니다. 2018년 3ㆍ1절 행사에서 그는 “침략 국가가 그 대가로 분할 점령 당하는 것이 역사의 법칙이었지만, 대신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할 점령됐다”며 이를 6ㆍ25 전쟁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해방 직후 미ㆍ소 분할점령을 뜻하는 것으로, 미 점령군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 지사의 발언은 우리가 북한의 남침을 방어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일원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를 통해 선진국의 도정을 착실히 걸어온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나 마찬가지”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흔들려는 일종의 역사 포퓰리즘 선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외교가에서는 다른 선거도 아닌 대선에서 유력 후보가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의 언행은 상대국들도 주시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일례로 야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치 선언을 한 데 대해서도 일본은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장소 선택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만큼 유력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주요 국가들에겐 관심의 대상이란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야권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로 즉자적으로 연결해 논쟁을 더 키우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인사는 “이 지사의 발언은 외교적 사안을 이념의 영역에서 다루려는 것으로, 외교적 파급력을 신경 쓰기보다는 선명성 부각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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