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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중 '꿈의정원'하던 의원, 게임 셧다운제 폐지 선봉 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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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서 ‘게임 셧다운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법안(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게임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0~6시에 인터넷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제도이기도 하지만 이번 법안들은 대표발의자가 자타 공인의 게임 애호가인 강훈식·전용기 의원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 의원은 두 차례 국감장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2017년엔 ‘캔디 크러시’, 2020년엔 ‘꿈의 정원’이었다.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했던 강 의원은 이후 게임업체를 비롯한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관심을 집중해 왔다. 이를 위해 민주당의 3040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니콘팜’이라는 모임도 꾸렸다.

민주당 최연소 의원인 전 의원은 의원실에 콘솔형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를 비치해 뒀을 정도의 게임 마니아다. 스타크래프트,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배틀그라운드 등 거쳐온 게임도 다양하다. 지난 4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의원이 된 뒤에도 틈날 때 모바일 게임 ‘어몽어스’를 즐겨 했다”고 말했다.

게임 '어몽어스'를 즐겨 한다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게임 '어몽어스'를 즐겨 한다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셧다운제는 밤 12시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린다. 이 제도는 2012년 프랑스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 출전한 16세 한국 프로게이머가 셧다운 때문에 밤 11시 58분에 경기에서 퇴장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지난달 29일 나온 ‘강훈식안’은 부모 등이 허용하면 밤 12시가 넘어서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고 같은 달 25일 제출된 ‘전용기안’은 완전 폐지하자는 내용이다. 강훈식 의원실 관계자는 “셧다운제가 청소년을 보호하는 효과는 적고 게임 산업에 주는 피해는 크기 때문에 가정에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의원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 대부분이 한국 선수다.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청소년의 장래희망으로 꼽히는데 정작 한국에선 획일적 규제의 대상이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는 국가가 금지할 게 아니라 가정에서 지도할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은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조사 및 연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이미 본인확인제를 회피하기 위해 명의도용을 하고 있어서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은 떨어진다”(한국행정학회, 2017년)거나 “게임 이용시간과 수면시간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청소년의 수면시간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셧다운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0년) 등의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왔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 계정을 만드는 ‘꼼수 접속’의 길을 찾고 있고 셧다운제는 PC 인터넷 게임만 규제하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은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다.

학부모 반대가 높은 산  

세계 최정상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인 페이커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이머로 2015년부터 연달아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롤계의 메시', '롤계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린다. 오종택 기자

세계 최정상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인 페이커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이머로 2015년부터 연달아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롤계의 메시', '롤계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린다. 오종택 기자

그러나 이 법안이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정부는 19, 20대 국회에도 계속 셧다운제를 완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하는 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강력한 입법 배경과 학부모 사이의 반대 여론이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셧다운제 입법 당시 국회 본회의 제안 설명에선 직전 해 게임 중독이 살인으로 이어졌던 사건 3가지가 거론됐다.게임중독과 강력범죄의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진 않았지만 게임 중독은 여전히 다양한 사건·사고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현실은 여전한 상태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도 중독예방시민연대 등 20개 시민단체는 “셧다운제 폐지에 찬성한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성명서를 냈다. 2014년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학부모 84.1%(현대리서치연구소 조사)가 셧다운제를 찬성한다”며 “게임업계의 의견만 듣고 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은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이 그동안 크게 개선돼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도 셧다운제 개선에 긍정적 입장이다. 지난달 10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외국보다 과도한 국내 규제를 과감히 없애겠다”며 ‘규제챌린지’ 과제 15개를 선정했는데 여기에 게임 셧다운제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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