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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의료기 영업맨을 감동시킨 보험 설계사의 세일즈 비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39)

오늘도 고객을 만나고 나서 상담 내용을 정리해 고객에게 이메일을 작성하는 의료기기 회사 김과장. 그는 고객 상담을 마친 후 꼭 고객에게 이메일로 오늘의 상담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거나, 중요한 제안을 앞두고 있을 때도 회사의 공식 제안서와 별도로 한장으로 된 간단한 추가 레터를 작성한다. 이렇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추가로 하게 된 지는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회사의 마케팅 지원 부서에서 만들어준 공식 제안서나 상품 브로슈어만으로도 별문제 없이 세일즈를 해왔는데, 어떤 계기로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1년 전 그가 만났던 한 보험 설계사 박팀장 덕분이다. 설계사마다 고객 상담의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박팀장은 조금 더 특별했다. 만남의 전·후에 짧게라도 자신이 할 말, 했던 말 중 중요한 부분을 별도의 문자나 카톡으로 보내왔다. 처음에는 그냥 친절하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가입 제안을 진행하는 날, 김과장은 박팀장에게 중요한 배움을 얻게 되었다.

박팀장은 보험 가입 설계서와 별도로 간단한 레터 형식의 한장짜리 문서를 추가로 만들어 왔다. 그 문서에는 그사이 2~3번에 걸친 상담 내용 중 김과장이 했던 이야기, 박팀장이 중요하게 강조했던 내용, 보험 가입의 의미와 목적 등이 간단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아주 보기 좋게 말이다. 이해하기도 쉽고, 박팀장의 제안에 동의가 되기도 했다. 가입하기로 하고 난 후 편안하게 차 한잔을 하며 나눈 대화에서 김과장은 박팀장에게 ‘결정적 계기’를 얻게 된다. 바로 “이렇게 자세히 작성해 주시니 이해하기 쉽네요”라는 김과장의 말에 대한 박팀장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였다.

“한분 한분, 어떻게 하면 저의 제안을 잘 이해하실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성은 다해야 하니까요…. 한장 레터를 작성하는 그 시간 동안에는 오로지 그 고객만 생각하게 됩니다.”

김과장은 그 ‘정성’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깊이 남게 되었다. 고객을 잘 이해시키기 위한 업무 능력이나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정성’이 어떤 힘이 있을지…. 의료기 세일즈로 다져진 지난 10여 년의 경험 속에서 ‘정성’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떠올렸던가 싶기도 했다. 그날 이후 조금씩 실험하게 된 ‘정성스러운’ 업무 과정이 오늘날, 김과장만의 업무 스타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일즈맨의 ‘정성’은 단순히 성과를 만들기 위한 목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성'은 고객의 상황과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진 pixnio]

세일즈맨의 ‘정성’은 단순히 성과를 만들기 위한 목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성'은 고객의 상황과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진 pixnio]

정성. 정성스럽다는 말은 비즈니스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기도 하다. 엄마의 밥상, 할머니의 다정함, 따뜻한 병간호 등의 문구에 더 잘 어울린다. ‘정성’은 ‘나 자신을 위해서’보다는 ‘누군가를 위한’이라는 의미에서 더 잘 사용된다.

비즈니스에서의 정성은 무엇일까? 최선을 다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달성하는 목표의식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바꿔보면 좀 더 자연스럽다. 상대방이 우리의 비즈니스 목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제안을 설득시켜야 하는 세일즈에서 ‘정성’은 단순히 ‘성과를 만들기 위한 목표’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안이 담고 있는 의미를 고객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고객의 상황과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성을 다하지 않아도 될 일은 된다. 세일즈도 마찬가지이다. 확률이 존재하고, 고객이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력을 갖추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잘 전달하면 확률적으로 계약이 성사되기도, 실패하기도 하는 일이다.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면서 세일즈는 그렇게 진행된다. 이렇게 보면 참 쉽고, 간단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정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게 되면 세일즈는 조금 더 어려운 일이 된다. 고객이 더 잘 이해하도록, 고객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하도록, 고객의 이익이 더 잘 드러나도록 표현하고, 전달하는 노력은 과연 무엇일까? 추상적이기도 하고, 효과 예측이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성’이라는 단어는 분명 더 고객지향적이지 않은가?

과거보다 정보가 더 많아졌고, 내 중심의 욕구는 더 강해지고, 다양해졋다.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려면 '정성'이라는 좀 더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 [사진 pxhere]

과거보다 정보가 더 많아졌고, 내 중심의 욕구는 더 강해지고, 다양해졋다.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려면 '정성'이라는 좀 더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 [사진 pxhere]

김과장, 박팀장의 사례는 조금의 설정을 넣어 스토리로 표현하였으나, 실제 내가 코칭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정성’을 다하는 업무 과정을 삽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긍정적 변화는 분명하다. 첫 번째는 ‘고객의 반응’이고 두 번째는 ‘나의 마음가짐’이다.

정성을 다하는 세일즈가 효과적인 방법과 결합하면 고객이 그 세일즈가 ‘다름’을 느낀다. 정성 그 자체를 느끼기도 하고, 설득이 더 잘되기도 하고, 자신의 이익과 니즈를 더 강하게 느끼기도 한다. 세일즈맨을 더 실력 있는 전문가로 인정하기도 한다.

세일즈맨 입장에서도 달라진다. 정성을 더하는 세일즈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실력과 고객 지향성을 점검하게 된다. 박팀장의 표현대로 그 시간 동안 만큼은 해당 프로젝트에, 해당 고객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 그 집중력은 세일즈 현장에서는 실력이 되고, 자신감이 된다.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에도 고객지향적인 아이디어를 더하게 되고, 고객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고객의 이익을 발견하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제품의 차별화가 분명하지 않은 시대이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흘러넘치고, 기발하면서도 창의적인 마케팅, 홍보도 다양하다. 그래서 더욱더 제품만으로, 정보만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마케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이 제안이 당신을 위한 것’임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여러 제안(제품) 중 하나에 불과하게 될 수도 있다.

누군가를 이해시키거나 설득시킨다는 것은 과거보다 분명 더 어려운 일이다. 과거보다 정보가 더 많아졌고, ‘내 중심’의 욕구는 더 강해지고,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려면, 좀 더 어려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 어려운 길이 바로 ‘정성’이다. 어떻게 정성을 더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행이 없다면, 어떻게 그 어려운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겠는가….

세일즈뿐 아니다. 음식 맛에 대해 평가가 까다로운 시대일수록 개성 넘치는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기에, 불만 고객이 너무 많아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정성’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떠올려야 한다. 더 정성스럽게 음식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학생들에게 교사의 마음을 어떻게 더 정성스럽게 이해시킬지, 고객을 더욱 정성을 다해 응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처럼 말이다.

분명, 어렵다. 하지만 그냥 적당히 진행하는 서비스는 별 감흥을 주지 못하지만 정성을 다하는 느낌, 그 미묘하고 작은 차이가 전달되면 고마움이 동반된 감동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고객의 반응은 내가 하는 행동의 거울이다’라는 세일즈 분야의 오래된 문장이 있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그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매번 성공할 수는 없는 일이 세일즈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을 만들어내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정성’이라는 단어를 꼭 기억하자. 세일즈는 ‘어렵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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