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사람이 로봇보다 나은 ‘눈치’…AI시대 세일즈가 갈 길

중앙일보

입력 2021.05.08 11:00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37) 

새로운 IT기술에 거부감이 없지만, 최근 자주 난감한 경우가 바로 ‘키오스크’ 이용하기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상세한 안내에 따라서 메뉴를 선택하고, 카드를 꽂기만 하면 된다. 어려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메뉴를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특히 해당 음식점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며칠 전 김밥을 주문할 때도 그랬다. 상호를 딴 김밥이 대표 ‘’듯하지만, 다른 김밥들도 궁금한데, 메뉴 이름만 봐서는 정확하지가 않다. 떡볶이는 밀가루인지 쌀인지가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당황했고, 맵기 선택 옵션에서 이 정도 맵기가 어느 정도인지가 알 수 없으니 이 또한 난감했다. 주저주저하다 보니 주문이 취소되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뒤에 대기하는 사람이 생기니 괜스레 식은땀까지 났다.

고객의 ‘음, 어쩌지?’를 해석하는 것은 키오스크가 아닌 사람의 영역이다. 갈등을 정리정돈 해주는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진 flickr]

고객의 ‘음, 어쩌지?’를 해석하는 것은 키오스크가 아닌 사람의 영역이다. 갈등을 정리정돈 해주는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진 flickr]

며칠 전에는 외곽지역에 대형 음식점에서 서빙 로봇의 서비스도 직접 체험해 보았다. 당연히 키오스크 주문이었지만, 다행히 테이블마다 주문 패드가 있었고, 주변에 직원이 있어서(결국 메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고 사람(?)의 서비스를 받고서야 주문은 완성되었다) 마음은 편안했다. 서빙 로봇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고, 우리는 음식을 받은 후 ‘확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었다. 맛있게 드시라는 말을 했던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잠시 후 홀 매니저가 맛 팁을 알려주며, 맛있게 드시라는 사람(?) 냄새 나는 인사를 했던 것은 기억이 정확히 난다. 식사가 끝나고 바로 옆 로봇 바리스타가 추출해 주는 커피까지 경험해 보면서 특별한 점심을 끝냈다.

나의 경험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제 많은 사람이 한두 번쯤 경험했을 수 있고 그 낯섦 역시 마찬가지로 아직은 당연할 것이다. 아직 현장에서의 서비스가 덜 발달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마 기술적으로는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키오스크에서 각 메뉴를 더 상세히 설명해주거나, 서빙 로봇의 수준이 더 높아져 더 인간미(?) 느껴지는 안내를 해주면 될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의문도 떠오른다. 키오스크 메뉴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갈 수 있을까? 결국 귀찮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로봇이 너무 친절하게 ‘맛있게 드세요. 이 음식은 이렇게 저렇게…’라고 설명하면 거부감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로봇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으면, 괜스레 미안해지지 않을까?

오늘 방문한 동네 작은 음식점에서의 경험이 슬쩍 대비된다. 맵기가 조절되는 국수를 주문하는데, 음식점 직원이 주문을 받으면서 이렇게 묻는다. “매운 걸 많이 좋아하세요? 이 메뉴는 0라면 보다 살짝 더 얼큰하지만, 매운 걸 좋아하시는 분은 좀 더 맵게 드시기도 합니다.” 질문을 받는 손님은 ‘음, 어쩌지?’라고 머뭇거린다. 직원은 다시 얼른(친절하면서도 노련하게) “마니아급이 아니시라면 이 메뉴 자체도 꽤 알싸하니 오늘은 그냥 이대로 드셔보시죠. 오늘 드셔보시고 다음에 더 맵게 도전해 보실지 정하셔도 되죠. 저는 보통 맵기 정도도 꽤 얼큰하더라고요.” 주문은 매끄럽게 종료되었다.

이 상황이 키오스크에서의 주문이라면 어떨까? ‘0라면보다 더 얼큰한 정도’라고 키오스크에서도 표현할 수는 있지만, 고객의 ‘음, 어쩌지?’를 해석하는 것은 경험을 가진 사람의 영역이다. 고객의 갈등을 정리정돈 해주는 사람의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많은 연구와 견해가 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결국 로봇,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꽤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히 인공지능의 능력의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결합해 결국 사람보다는 로봇이 더 효율적이고, 리스크가 적은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꼭 비즈니스 현장뿐 아니다. AI가 소설도 쓰고, 노래도 부르는 등 예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대단한 시대이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시대이기도 하다. 과연 어디까지 발전이 가능할 것인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을 읽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표현하고, 해결안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은 당분간 로봇이나 AI, 자동화로 해결될 수 없다. 마음을 읽고, 고객 지향의 가치를 품을 수 있는 세일즈만 살아남을 것이다. [사진 unsplash]

마음을 읽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표현하고, 해결안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은 당분간 로봇이나 AI, 자동화로 해결될 수 없다. 마음을 읽고, 고객 지향의 가치를 품을 수 있는 세일즈만 살아남을 것이다. [사진 unsplash]

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아직은 없다. 마음이라는 주제가 가장 비정형화한 주제라서 그렇지 않을까? 물론 패턴화해 응대하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겠으나 완벽히 인간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에 맞는 표현과 대처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AI 로봇의 등장을 반기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 ‘마음 읽기’를 제대로 잘하고 있을까? 마음 읽기는 눈치라고 할 수도 있고, 공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 세일즈가 존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지만, 세일즈가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신 일부의 세일즈는 불필요해진다. 정보가 쉽게 공유되고, 고객이 스스로 의사결정 후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프로세스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보만 전달하고, 고객의 궁금증만 풀어주는 세일즈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음을 읽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표현하고, 해결안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은 적어도 당분간은 로봇이나 AI, 자동화로 해결될 수 없다. 마음을 읽고, 고객 지향의 가치를 품을 수 있는 세일즈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마음 읽기’는 단순한 일상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의 교류를 자주 경험해야만 쌓이는 능력이라는 점이다. 주문을 키오스크에서 하고, 고객 서비스는 주로 챗봇에서 진행되고, 랜선 친구와 채팅으로 같은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심, 눈치, 공감 등을 바탕으로 하는 ‘마음 읽기’의 경험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누군가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이 능력은 (희소성의 원칙에 따라) 부가가치가 더 생기고, 더 귀한 능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세일즈 기업이나 조직을 컨설팅하거나, 세일즈맨 개인 코칭을 진행하면서도 이 마음 읽기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고객 관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는 일상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와 동의어이다.

세일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제품과 서비스가 상대방에게 어떤 이익이 되고, 상대방의 삶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가치를 생산하는 프로세스로 세일즈가 존재하게 된다.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지는 않지만, 손님이 오늘 이곳을 방문해 어떤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지를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을 때, 음식 이외의 서비스 가치가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혹시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그냥 정보, 사실 정도만 주고받는 로봇 같은 대화나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마치 우리 일상의 관계가 키오스크 속의 메뉴처럼 정해지고, 선택되고, 실행된다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남다른 가치를 놓치는 것일 수도 있다. 로봇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의 마음을 읽고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 ‘마음 읽기’를 위한 관심과 공감은 하나의 실력이 될 것이다.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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