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남들 앞에만 서면 ‘버벅’…스피치 잘 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2021.04.10 11:00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36) 

평소 말솜씨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들 앞에 서서 ‘스피치’라는 걸 하게 되면 180도 달라지는 김 사장. 나이도 들고, 회사 규모도 커지면서 자꾸 남들 앞에 서게 되는 일도 많아져 걱정이 많다. 4, 5년 전부터 스피치 학원도 다녀보고, 자꾸 사람들 앞에 서보면서 익숙해지려고 노력해 봤지만 허사였다. 스피치 학원에서 큰 목소리로 자신감을 가지는 방법은 알았지만, 막상 해보려니 너무 낯설다. 사람들 앞에 서서 몇 번 버벅거린 경험을 가지다 보니,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 조금씩 나아지겠거니 마음 편히 생각하다가도, 벌써 연말 건배사나, 종무식이 걱정이다.

남들 앞에 서는 게 그리 긴장되지는 않는다는 증권사 최 지점장. 투자 설명회도 해야 하고, 회사 내 사내 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설명회든, 강의에서든, 청중의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있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말에 힘이 없다는 걸 느끼기도 한다. 스피치가 직업이 아니지만 좀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스피치는 의외로 삶의 질, 사회생활에서의 자신감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평균 이상을 목표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사진 unsplash]

스피치는 의외로 삶의 질, 사회생활에서의 자신감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평균 이상을 목표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사진 unsplash]

많은 사람이 의외로 ‘스피치’, 즉 남들 앞에 서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해도 더 잘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로, 연기자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로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반적인 우리도 사람들과 자신의 감정, 메시지를 대화를 통해 전달하지만, 가끔은 여러 사람 앞에서 ‘스피치’의 형태로 전달하게 될 때도 있다. 그냥 할 말을 자연스럽게 하면 될 텐데, 이게 참 생각만큼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막연한 어색함이 부자연스러움이 되어 그렇기도 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평가하는 것 같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너무 잘하고 싶은 욕망이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은 긴장감이 머릿속을 백지로 만들기도 한다. 또 선천적으로 목소리가 너무 작거나, 발음이 어려운 경우, 사투리가 심한 경우도 그렇다.

나는 다양한 이유로 ‘스피치’에 대한 하소연을 들으면 늘 이야기한다. “아나운서가 되고자 하는 게 아니니까 화려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데뷔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스피치’가 의외로 삶의 질, 사회생활에서의 자신감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분명 평균 이상을 목표로 업그레이드해볼 필요는 있다. 내가 스피치 코칭을 하면서 서두에 꼭 이야기하는 몇 가지는 이렇다.

화장을 화려하게 한다고, 사람들이 나에게 매력을 느끼는 건 아니다. 피부가 좋아야 하고, 건강미가 있어야 하고, 미소가 아름다워야 한다. 그렇듯 스피치도 말을 화려하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말의 내용, 진정성, 청중과의 공감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자주 사람들 앞에 서서 스피치 할 일이 많아지면 분명 좋아진다. 하지만 그냥 좋아지는 수준이지, 평균 이상의 스피치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한다는 기분을 가진다면 사전 연습이 필요하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잘하고 싶으면, 애창곡 한 곡을 일단 마스터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노래도 부르고 싶어지고, 마이크 잡는 것이 즐거워진다. 스피치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문장을 찾아서(스스로 쓴 문장이 아니어도 좋다. 300자 내외의 길이를 추천한다) 이를 완벽히 외워서 스피치 대본으로 사용해 보길 바란다.

완벽한 암기를 바탕으로 스피치 연습을 해야 나의 비언어 습관을 교정하고, 감정을 담아 스피치를 해볼 수 있다. 가사를 정확히 알아야 노래를 부르며 감정을 싣고, 경우에 따라서 리듬을 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완벽히 암기하고 연습하는 경지가 되었다면, 동일한 내용을 다양한 청중을 상상하며 다른 색깔로 표현해 보면, 이제 연습은 거의 다 끝이 난다. 논리적인 프레젠테이션의 느낌으로, 초등학생 아이들 대상으로 웅변하듯, 인터뷰 형식으로 등등 스피치의 결을 바꿔보면서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를 가미해 보는 것이다.

자신의 스피치를 업그레이드하고자 한다면 위 5가지를 기억하고 암기, 교정, 감정 싣기, 애드리브의 순서대로 연습해 보길 바란다. ‘암기’라는 벽에 잠시 부딪히지만 아주 짧은 글이기 때문에 위의 순서대로 연습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평소 언어적인 감각이나 노력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화려한 데뷔는 아닐지라도 분명 빠른 시간에 스피치에 대한 감각과 마인드,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5명 앞이든, 500명 앞이든 내 말이 내 귀에 잘 들려야 한다. 목소리가 잘 들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내 이야기’여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 unsplash]

5명 앞이든, 500명 앞이든 내 말이 내 귀에 잘 들려야 한다. 목소리가 잘 들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내 이야기’여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 unsplash]

추가로 암기한 나의 비언어(언어의 내용이 아닌 발음, 속도, 눈빛, 제스처 등) 습관을 교정하기 위해 다음 요소를 참고해 보자.

◆ 말의 빠르기=천천히 말하기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말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지루하게 느껴진다. 적절한 속도가 중요한데 살짝 빠르게가 더 좋다. 대신 쉬어가면서 전체적인 속도를 조절해 말의 리듬감을 만들어 내자.

◆ 발음=말이 빠른데 발음이 좋지 않다면, 차라리 천천히 말하는 게 낫다. 발음은 생각보다 스피치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마다 발음의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갑자기 아주 정확한 발음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발음에 자신이 없는 경우는 혀에 힘을 주고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발음을 고친다기보다, 발음에 신경을 더 쓰자. 처음에는 힘들지만, 어떤 느낌이 필요한지 알 정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간장 공장 공장장” 등의 발음 연습용 문장을 큰 소리로 많이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쉼=스피치 전반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중요한 요소다. 쉼을 통해 빠른 말의 속도에 호흡, 리듬, 강약을 만들 수 있다. 초기에는 언제 쉴 건지 생각하기보다, 그냥 한 문장에서 최소한 한 번 이상 긴 호흡을 삽입해 보는 것이다. 그 느낌이 뭔지 알게 되면, 이제는 어떤 단어 앞에서 쉬는 게 좋을지도 판단해 말의 전체적인 리듬, 강약, 흐름을 조절한다. 말의 내용에서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집중력이나 반전 효과를 원할 때도 아주 잘 활용할 수 있다.

◆ 어미 처리=어미 처리가 스피치의 전체적인 결을 많이 바꾼다. 계속 꼬리를 올리거나 너무 강하게 어미 처리를 하면, 말의 집중력이 퇴색된다. 중요한 메시지는 어미에 있기보다는 목적어, 동사 등에 있다. ~습니다, ~합니다 등의 어미 처리가 어떠한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지루하지 않게=너무 같은 색깔로 스피치가 전개되면, 청중과 호흡하는 느낌이 줄어든다. 앞서 언급한 쉼, 어미처리, 말의 빠르기, 강세 등으로 만들 수 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을 ‘다이내믹’하게 혹은 ‘재미있게’ 살려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면 스피치의 영향력이 떨어진다. 다양한 매력이 입체적으로 발산되는 스피치에 욕심을 내어보기 바란다.

5명 앞이든, 500명 앞이든 내 말이 내 귀에 잘 들려야 한다. 목소리가 잘 들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내 이야기’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언어에 대한 위 프로세스를 거쳤다면, 이제는 ‘내 말’을 만들어야 하는 때다. 화려하지 않아도 진정성 있는 내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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