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조상 500여년 논산에 살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충청 인물 적임자론’이 가열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내 뿌리는 충남”이라고 하자 대권도 전 선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충남지사가 “충청서 태어나지도 않았다”라며 맞받아치면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한 이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국회 기자실을 찾아 “잘 부탁드린다” “앞으로 자주 뵙겠다”고 인사했다. 이때 윤 전 총장은 한 기자가 ‘충청인들이 윤 전 총장을 충청인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받아들이나’라고 묻자 “제 뿌리는 충남”이라며 “제 조상들이 500여년 논산에서 살았고, 부친께서 공부 등 이유로 공주로 옮겼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출신이다. 윤 전 총장 부친인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가 공주시 탄천면 장선리와 논산시 노성면 죽림리에서 거주했다. 행정구역은 공주와 논산으로 나뉘어 있지만, 이들 동네 간 거리는 2~3㎞에 불과하다. 이들 2개 동네와 윤증 고택이 있는 노성면 교촌리는 과거 파평 윤씨 집성촌이었다. 지금도 파평 윤씨들이 모여 살고 있다.
윤 총장 등 파평 윤씨는 동북 9성을 쌓아 거란군을 몰아내고 고려를 구한 윤관 장군의 후손이다. 충남 논산과 공주지역 파평 윤씨 인물로는 조선 후기 유학자 윤증(1629 ~ 1714) 을 비롯해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윤석금 웅진그룹회장 등이 있다. 공주지역 파평 윤씨 문중은 지난달 29일 윤 전 총장 대선 출정식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해 대형버스를 빌려 상경했다.
양승조 “충청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반면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양승조 충남지사는 “윤 전 총장은 앞으로 충청권의 '충'자도 꺼내지 말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윤 전 총장은 충청에서 태어나지도 않고, 충청인과 호흡하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충청의 이익과 관련해 헌신과 희생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며 "앞으로 처가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검증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 지사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과정에서 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저의 출사표는 혼자만의 출사표가 아니다"며 "충청에서 이런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많은 단체에서 출마 촉구와 지지 선언을 해주셨다. 이건 양승조 개인의 출마를 넘어선 문제"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과 양승조 지사 등 충청을 연고로 한 인물이 잇따라 대권에 도전하면서 이른바 ‘충청대망론’도 확산하고 있다. 충청대망론은 충청도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기대감을 표현한 말이다.
충청권 "이번 만큼은…"충청대망론 기대
윤 전 총장 부친과 같은 탄천면 장선리 출신이자 종친인 윤석우 전 충남도의회 의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충청권에서는 JP(김종필), 심대평 전 충남지사, 이완구 전 충남지사, 반기문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여러 사람에게 (대권) 기대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같은 문중 사람 여부를 떠나 윤 전 총장만한 인물이 야권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세종시민 최영락씨는 “윤 전 총장 기자회견을 보니 생각보다 말도 잘하고 준비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충청도에서도 대통령이 한 번쯤은 나와야 행정수도 건설 등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거 같다”고 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을 충청권 인사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대전시민 이모씨는 “윤 전 총장에게 충청 대망론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진짜 충청도 출신 유력 후보가 나온다면 충청대망론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