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 정부, 권력사유화…정권교체 꼭 해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일성은 “정권교체, 반드시 해내야 한다”였다. 정치를 시작하는 이유는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는” 현 집권 세력 교체의 절실함 때문이라고 했고, 자신이 구상하는 방법론에 대해선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이 다를지라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선출마 공식 선언 #“부패·무능세력 국민 약탈 막아야 #법치·공정 무너져 국민들 분노 #일상서 정의로움 느끼게 하겠다” #이명박·박근혜 사면 문제엔 #“연세도 있고, 어느 정도 공감”

29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자신의 정권교체 의지를 4100여 자의 정치 선언문에 담았다. 현 정권의 대척점에 자신을 분명하게 세우겠다는 전략이 읽혔다.

선언문 곳곳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날 선 표현들이 담겨 있었다. “경제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 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같은 대목은 오히려 부드러운 편이었다.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 같은 문장이 연이어 등장했다.

관련기사

윤, 반문 빅텐트론 “국민의힘과 정치철학 같다” 자유 22번 언급 “자유 빠진 민주주의는 독재”

특히 윤 전 총장은 선언문에서 ‘국민 약탈’이란 표현을 두 번이나 썼다.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면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 정권은)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고 규정했다.

자유는 기자회견 내내 윤 전 총장이 강조한 핵심 가치로, 현 정권과의 차별화 포인트다. 선언문에서만 22번 자유를 언급한 그는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인간은 본래 모두 평등한 존재로, 누가 누구를 지배할 수 없고 모든 개인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자유를 평등과 동일한 가치로 뒀다. 그러면서 현 집권 세력은 자유를 뺀 평등만 강조하며 “소수의 이권 카르텔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중략) 그야말로 부패완판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의 방법론으로는 ‘반문 빅텐트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이 달라도 한 가지 생각, 정권교체와 나라의 정상화를 생각하는 모든 이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생각이 다른 사람이 함께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치인 윤석열은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저는 자유를 굉장히 중시한다. 정치 철학 면에서는 국민의힘과 제가 생각을 같이한다”고 답했다. 입당 여부와 시기에 대해선 “답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지만 “국민들께 혼선을 주고 불안감을 갖게는 절대 안 할 테니 염려 안 하셔도 된다”는 말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20여 명이 이날 행사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당분간은 뜻을 같이하는  여러 인사를 만나 조언을 구한 뒤, 정치 행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자신이 대표 브랜드로 내세우는 ‘상식’과 ‘공정’, ‘정의’ 등의 가치를 강조하며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는 “현직 대통령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각각 연세도 있고 또 여자분인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저 역시 그런 국민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선 “24년 전 성남지청에 근무할 때 변호사였던 이 지사를 뵀다. 열심히 하시고 변론도 잘했다”고 했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겐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며 저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의 경제정책의 주요 원칙으로는 ‘예측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동산에 대해선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생각만 가지고는 어렵다.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집값으로, 필요할 때 용이하게 취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조정에 대해선 “여론이 안 좋으니 최고 부자에게만 종부세를 매길 테니 걱정 마라,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종부세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 공식 계정도 열었다. 그는 이곳에 “제게 말을 걸어주시면 마음을 다해 여러분과 대화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소개란에는 “애처가, 국민 마당쇠, 토리아빠, 나비집사” 등을, 자신에 대한 정보에는 “취미는 장보기와 요리하기, 산책과 미술관 관람” “주량은 소주 1~2병, 밥보다 국수가 좋은 잔치국수 매니아”라고 썼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