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간 정세균·이광재···권여사는 '구름과 비'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29 18:17

업데이트 2021.06.29 18:31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와 이광재 의원(오른쪽)이 단일화 선언 이튿날인 29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와 이광재 의원(오른쪽)이 단일화 선언 이튿날인 29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구름에 비가 숨어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합치길 잘 하셨습니다.”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함께 참배하고 온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권양숙 여사가 건넨 말이다. 권 여사는 “두 분이 합치니 보기 좋다”는 말을 반복하며 아직 민주당 대선 경선 최종 승자를 가늠할 수 없다는 뜻으로 ‘구름(변수)’과 ‘비(최종 결과)’를 거론했다고 한다. 정 전 총리는 노무현정부에서 산업부장관을, 이 의원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민주당 적통 후보를 만들겠다”며 오는 7월 5일 단일화를 예고한 두 주자는 첫 동반 일정으로 봉하 묘역 참배 후 부산시당 주최 시민 간담회에 참석하는 행보를 선택했다. 친문의 원류인 ‘친노 정체성’을 선명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양 캠프는 이날 “향후 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도 함께 찾겠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둘의 연대에는 경선 연기 무산 이후 이렇다 할 주도권 확보 전략을 찾지 못한 친노·친문 세력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영표 의원 등 당내 친문 세력이 공개 출격해 경선 연기론을 강하게 주장했음에도 송영길 대표가 지난 25일 ‘경선 연기 불가’ 결정을 내렸고, 사흘 뒤 정세균·이광재 단일화 선언이 출현했다.

‘친문 패권주의’란 말이 돌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한 당내 친문 세력이지만 4·7 재·보선 패배, 송영길 지도부 출범 등으로 당 내 위상이 급속하게 위축됐다. SNS를 중심으로 문파(文派) 지지세를 얻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사람 사는 세상(노무현)’, ’사람이 먼저다(문재인)’를 연상시키는 ‘사람이 높은 세상’ 슬로건으로 지난 23일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 안팎에서는 “추 전 장관 핵심 지지층인 개국본(개혁국민운동본부)은 친문 주류보다 이재명 쪽과 가깝다”(여권 인사)는 관측도 나온다.

최소 ‘똘똘한 2등’이 될 친노·친문 적통 후보가 필요하다는 진영 내 여론이 정세균·이광재 연합으로 얼마나 모이느냐에 이들의 지지율 반등 여부가 달려있다. 익명을 요구한 친문 재선 의원은 “솔직히 현재 여권 1~4위 주자(이재명·이낙연·추미애·박용진) 중 안정감이 드는 후보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너무 일찍 떴던 이낙연 전 대표가 지지율 하락을 겪어 경성 흥행을 위해서라도 다른 누군가를 새로 띄워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를 찾아가고 있다. 뉴스1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를 찾아가고 있다. 뉴스1

각각 2%대(이광재), 5%대(정세균)를 기록 중인 두 후보의 눈 앞 과제는 ‘둘이 합쳐 10%’ 달성이다. 양 캠프에서는 역동성과 미래를 내세우는 이 의원과, 경험과 안정감이 장점인 정 전 총리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눈치다.

문제는 두 사람만으로는 중립 지대의 반향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선두인 이재명 지사 측은 “다른 후보들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여유로운 반응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특히 추 전 장관이 개국본·시사타파TV 등에서 친(親)조국·반(反)윤석열 세력을 흡인하면서 정세균·이광재 측이 기대하는 ‘반(反)이재명’ 결집 효과를 가로챌 가능성도 거론한다.

현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단일화 대열 합류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어디서나 뜻을 함께 모을 수 있다”며 “당연히 나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세균·이광재 후보가 “민주당 적통”을 거론한 데 대해서는 “좀 더 객관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반응을 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아트홀 봄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당신은 귀한 사람' 북콘서트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김두관 의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아트홀 봄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당신은 귀한 사람' 북콘서트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김두관 의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한편 정 전 총리와 이 의원 간 단일화 방법으로는 여론조사가 가장 유력하게 논의된다. 이 의원 캠프 관계자는 “두 후보는 지난 5월부터 자주 만나 교감을 나눴다”며“2~3일 가량 후보 간 대화를 더 이어가면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담판 형식의 단일화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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