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역대급 공실···건물주들은 임대료 꼼짝않는 이유[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6.27 11:11

업데이트 2021.06.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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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메인도로 점포 중 22곳이 비어있다. 상권 형성 이후 최대 공실이다. 함종선 기자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메인도로 점포 중 22곳이 비어있다. 상권 형성 이후 최대 공실이다. 함종선 기자

서울 강남역에 갈 때마다 대로변 1층 상가를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아시아 10대 상권 중 하나라는 강남역 상권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게 뭔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강남역에 갔더니 곳곳에 1층 상가가 비어있는 게 우선 눈에 띄었습니다. 세어보니 메인 상권인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 양측에 8곳의 대형상가가 비어있었습니다.

강남역 인근에서 40여년 살고 있는 지인 얘기로는 1982년 강남역이 개통하면서 강남역 상권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임대 기간이 끝나자마자 강남역에서 철수하겠다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만난 모 대기업 임원은 "계속 커지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강남역 점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하네요.

강남역 인근 대로변의 한 대형 상가가 비어 있다. 모 통신사 간판 흔적이 보인다. 함종선 기자

강남역 인근 대로변의 한 대형 상가가 비어 있다. 모 통신사 간판 흔적이 보인다. 함종선 기자

점포가 비면 새로 들어오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상가 전문가들 말로는 신규로 들어오려는 업체들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당분간 강남역 일대에 '임대문의'를 붙인 곳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 들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메인도로 상권은 서너 점포에 한 점포꼴로 비어있었습니다. 메인도로변 공실이 5월에 13곳이었는데 이달에 부쩍 늘어 22곳이 비어있습니다. 가로수길 상권이 형성된 이후 가장 많은 공실이라고 하네요. '점포정리'를 붙이고 '폐점세일'을 하는 곳도 적지 않아 공실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가로수길은 특색있는 소규모 점포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곳인데 대기업과 외국계 브랜드매장이 들어오면서 임대료가 치솟고 거리 분위기도 변했습니다.

가로수길 메인도로 변 상가 중에 '폐점세일'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함종선 기자

가로수길 메인도로 변 상가 중에 '폐점세일'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함종선 기자

이렇게 공실이 늘어나면 당연히 가로수길을 찾는 사람들도 줄고 그 결과 공실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실이 늘어나는데도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강남역의 경우 최근에 '랜트프리'라고 해서 건물주와 임차인이 정한 일정 기간 동안 임대료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일은 있어도 월 임대료는 내리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건물주들은 '임대료 인하=건물값 하락'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실로 인한 임대수익 감소보다 건물값이 오르는 게 훨씬 큰 이익이라고 판단한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최근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연예인 건물주들의 빌딩 매각 내역을 보면 그 수익률이 엄청납니다. 가수 비(정지훈 39)씨가 2008년 168억원에 매입한 서울 청담동 건물을 최근 495억원에 팔아 327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기사도 나왔네요.

2018년 10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최소 임대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것도 빈 점포가 느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건물주들이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임차인을 찾느라 공실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한다는 것입니다.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내리면 그곳에서 장사하는 분들도 좋고 빈 상가 때문에 상권이 쇠락하는 일도 막고 두루두루 좋을 것 같은데, 건물주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함종선 부동산팀장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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