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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니스 근교 여행…시간이 멈춰선 중세 마을 ‘에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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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연경의 유럽 자동차여행(6)

에즈 열대정원. [사진 Jean-Pierre Dalbera on Wikimedia Commons]

에즈 열대정원. [사진 Jean-Pierre Dalbera on Wikimedia Commons]

오래된 중세 마을 에즈

일정이 여유 있다면 니스 근교 여행을 떠나자. 하루는 동쪽으로 에즈(Eze), 모나코(Monaco), 망통(Menton)까지 가 본다. 대중교통을 선택한다면 에즈와 모나코까지는 다녀올 수도 있겠다만 자동차로 간다면 이탈리아 국경 가까이 있는 망통까지도 가 볼 수 있다.

에즈는 바위산 높은 곳에 요새처럼 만들어진 중세 마을로 오래된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묘미도 있지만,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지중해 풍경이 압권이다.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며 마을 안의 갤러리와 공방 구경도 하고, 분위기 좋은 샤또 에자에 가서 식사하거나 차를 마셔도 되고, 옛 마을에 켜켜이 쌓인 세월과 남프랑스의 그림 같은 바다와 넘치는 햇살에 풍덩 빠질 수 있어 좋다.

요새 마을인 만큼 마을 안 길은 상당히 가팔라 쉬엄쉬엄 눈요기하며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429m 높이의 요새에 자리 잡은 열대 정원에 도착한다. 니체가 걸으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구상했다는 ‘니체의 길(Chemin Frederic Nietzsche)’도 있다. 에즈 기차역 부근에서부터 시작해 에즈빌리지까지 이어지는 길로 오르막이고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

에즈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일은 주차다. 단체 관광객이 넘쳐나는 에즈에 우선 주차장이 작아도 너무 작다. 마을 초입에 주차장이 있으므로 아침 일찍 도착해 눈에 잘 띄는 곳에 주차하도록 한다. 도난·파손으로 악명 높은 주차장이라 차라리 대중교통으로 간다는 사람도 있지만 자동차 여행의 이점을 살려 망통까지 가보려면 차를 가지고 가되 차 안에 휴지조차도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니스에서 에즈-모나코-망통 다녀 오기

내비게이션 설정을 고속도로 제외로 해야 해변 도로를 달려볼 수 있다. 왕복 중 잠깐이라도 해변 길을 달려 보자. 니스 주변은 교통 체증이 심해 구글 예상시간 보다 더 소요된다는 점도 계산에 넣자.

에즈 주차장(Parking Eze) 

항공 지도로 본 에즈 주차장.

항공 지도로 본 에즈 주차장.

주소 Unnamed Road, 06360 Èze
좌표 43.729079, 7.362201

이 사진은 에즈 주차장인데 관광객에 비해 주차 면이 적다. 주변을 둘러보면 주차권 발권기가 있으니 머물 시간을 정해 티켓을 끊고 차 안 대시보드에 올려놓고 간다. 에즈는 단체관광객이 많아 일찍 가는 게 좋다. 도둑이 출몰하는 곳이니 조심 또 조심!

샤토 에자(Chateau Eza)

[사진 샤토에자 홈페이지]

[사진 샤토에자 홈페이지]

스웨덴 윌리엄 왕자가 반해 사들여 살았던 곳으로 전망도 좋고 분위기가 그만인 레스토랑 겸 호텔이다. 전망 좋은 자리 예약하려면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망통까지 하루에 보는 여행자는 식사는 시간 계산을 해야 한다. 프랑스 식당은 2시간은 기본으로 잡는 게 좋다.

프라고나르(Fragonard Eze sur la Place)
Parfumerie Fragonard - L'usine Laboratoire Èze

[사진 프라고나르 홈페이지]

[사진 프라고나르 홈페이지]

프랑스 향수 숍이 주차장 가까이 있고 가이드 투어 할 수 있는 공장도 부근에 있다. 향수 마을 그라스에 갈 시간이 없다면 에즈에서 들어가 보자. 가격도 괜찮고 향도 좋고 비누 향도 좋아 선물로도 그만이다.

그레이스 켈리가 잠든 모나코

모나코 풍경. [사진 pixabay]

모나코 풍경. [사진 pixabay]

모나코는 바티칸시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에즈에서 자동차로 20분이면 간다. 카지노가 유명하고 F1자동차 경주로도 유명하며 왕년의 스타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공작 레니에 3세와 결혼한 일로 더 유명하다. 그레이스 켈리는 52세에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모나코 왕실의 음모론에 희생당했다는 설도 있다.

레니에 3세는 무너져가는 모나코 경제를 살리기 위한 홍보 효과를 노리고 그레이스 켈리와 정략 결혼했는데, 실제로 엄청난 미국 관광객 특수를 불렀다고 한다. 결혼 후 그레이스 켈리는 행복하지 않아 방황했으며 결국 왕실의 개입이 있었다는, 다소 영국의 다이애나비와 같은 스토리다. 모나코 국민들은 그리말디 가문에 대한 저주라고 생각하기도 한단다.

그리말디는 13세기 인물로 가문이 멸문될 지경에 이르자 수도승으로 위장, 모나코에 잠입해 당대 유력 가문을 몰살하고 모나코 영지를 강탈한, 오늘날 모나코 공국의 선조다. 그리말디에게 살해당한 가문의 여자가 퍼부은 저주가 지금까지 이어져 모나코 공국의 후사는 늘 위태위태하다는 것이다. 정식 명칭은 모나코 공국이라 왕이라기보다는 공작으로 불리는 게 맞다.

자동차 여행자는 모나코 여행 시 스마트폰 네비를 쓸 경우 모나코 지도를 별도로 다운 받아야 한다. 앱에서 가능하다. 구글 지도를 오프라인으로 쓰고 싶은 경우도 모나코 공국의 지도를 별도로 다운 받아야 한다. 프랑스 여행하면서 안도라 지날 때 안도라 공국 지도가 다운 안 되어 있으면 지도 실행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나코는 전광판에 어느 주차장에 여유가 있는지 뜬다. 대공궁을 보고 바다 쪽으로 좋은 뷰 포인트가 있어 모나코 전망을 보고 대성당으로 가 그레이스 켈리 묘를 본다. 가까이 몬테카를로 카지노도 있는데, 망통까지 가려면 보기 쉽지 않겠고 역시 주차장을 미리 찾아두어야 한다.

대공궁, 그리말디동상, 대성당. [사진 Persyl05 / Deuxcentvingtdeux / Berthold Wernerld Werner on Wikimedia Commons]

대공궁, 그리말디동상, 대성당. [사진 Persyl05 / Deuxcentvingtdeux / Berthold Wernerld Werner on Wikimedia Commons]

레몬과 오렌지의 망통으로 떠나요!

망통 풍경. [사진 pixabay]

망통 풍경. [사진 pixabay]

모나코에서 망통은 자동차로 20분이면 간다. 이탈리아 국경도 가깝다. 망통은 레몬 산지로 유명해 2월 니스 카니발 축제 끝나고 망통 레몬 축제가 이어진다. 알록달록 예쁜 집과 언덕 위 묘지 부근에서 내려다보는 항구 전망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에즈 풍경과는 또 다른 조용한 분위기가 좋다.

망통 여행 지도.

망통 여행 지도.

망통 장콕토뮤지엄과 Basilique Saint-Michel-Archange. [사진 Jean-Pierre Dalbera / Bastenbas on Wikimedia Commons]

망통 장콕토뮤지엄과 Basilique Saint-Michel-Archange. [사진 Jean-Pierre Dalbera / Bastenbas on Wikimedia Commons]

망통을 사랑한 장콕토 뮤지엄을 보고, 그 부근의 아름다운 바닷가도 거닐어 보고 길을 건너 성당(Basilique Saint-Michel-Archange)을 보고, 더 올라가서 묘지( Cimetière du Vieux Château )에서 망통 조망을 하면 된다. 장콕토 뮤지엄 가까이 주차장이 있다. 시인, 극작가, 소설가, 화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삶을 산 장 콕토가 만든 미술관으로 그의 작품 2000점과 유품이 소장되어 있다. 17세기 요새를 장 콕토가 직접 보수했다고 한다. “내 귀는 소라 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이 시를 쓴 사람이 장 콕토이다.

망통 레몬 축제. [사진 pixabay]

망통 레몬 축제. [사진 pixabay]

겨울철 비수기에 니스에 카니발 축제가 있다면 망통에는 레몬 축제가 있다. 니스처럼 세계적인 축제는 아니지만 나름 오래된 유명한 축제로 한 호텔 주인이 꾸민 레몬과 꽃장식이 호응이 좋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오렌지와 레몬으로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하고 퍼레이드도 한다. 망통 레몬 축제 기간이 올해에는 2월 13일부터 2월 28일까지로 예고되었지만 취소되었다. 오렌지와 레몬으로 어마어마한 것을 만든다. 2월에 간다면 니스 카니발과 이어서 구경해 보면 되겠다.

▶ 잠깐! 차량털이 대비 요령
① 안전한 주차장에 주차한다. 지붕이 있고 관리인 있는 곳.
② 차 안에 아무것도 두지 않는다. 꼭 두어야 한다면 트렁크에 두고 도난 위험이 높은 곳은 와이어 잠금 줄로 묶는다. 차량에 고리가 있어 연결시킬 수 있다.
③ 숙소로 들어갈 때는 모든 짐을 다 가지고 들어간다.
④ 노상 주차할 때는 사람 통행이 많은 곳에 한다.
⑤ 도착해서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거나 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출발할 때 꺼내 몸에 지닌다. 차에서 내려 남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행동을 하거나 트렁크를 여는 일 등을 삼간다.
⑥ 주유할 때도 손가방은 몸에 지니고 한다.
⑦ 과도한 친절을 조심한다.

여행 카페 매니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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