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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집에 들인 불륜남, 주거침입죄인가···대법까지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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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의 허락을 받고 성관계를 목적으로 집에 들어간 불륜남을 그 남편이 고발할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을까.

이미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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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 등 2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9번째로 열린 공개변론이다. 이 사건 피고인인 남성 A씨는 내연 관계에 있는 유부녀 B씨의 동의를 받고, B씨의 남편이 없는 틈을 타 이 부부 아파트에 3차례 출입한 사실이 드러나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원심을 직권파기해 무죄를 선고했다. 공동 거주자인 유부녀 B씨의 동의를 받고 집에 들어왔다면 다른 공동거주자인 남편이 반대하더라도 주거 침입으로 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거권 침해”VS“형벌권 남용”

이날 재판의 쟁점은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의 동의만을 받고 집에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를 인정할 수 있는 여부였다. 먼저 변론 기회를 얻은 검찰 측은 함께 사는 거주자의 ‘주거 평온’을 보장하려면 거주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통상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려면 범죄를 목적으로 집에 들어가거나 출입 과정에서 시설파손이나 흉기 소지 등의 범죄행위가 있어야 한다. 검찰은 여기에 해당하는 범죄가 없더라도 민사상 부정행위를 한 상대에게 책임을 인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A씨 사건의 경우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재현 오산대학교 경찰행정과 교수도“주거침입죄는 거주자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공동거주자 한 명이 동의한다고 해서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주거권이 무시된다는 것은 사회통념에 맞지 않다”며 “사적 공간이 타인에게 허락 없이 공개되면 안 되고 이런 점도 보호법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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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측은 공동거주자들 사이에 의견이 나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형벌권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국가가 형벌권을 통해 주거 내 의견 일치를 강제할 수 있어 형벌의 보충성 원칙에 어긋난다”면서다. 이와 함께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검찰이 부정행위를 우회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주거침입의 죄를 묻는 것이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 참고인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는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가 교제를 금하는 자를 주거 내로 들일 때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자녀는 주거침입죄의 교사범, 종범, 심지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일상생활에서 거주자 동의 없는 출입이 빈번한만큼 처벌은 과도하다는 취지다.

다툼 벌인 부부 주거침입 사건도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다툼을 벌인 부부의 주거침입에 관한 공개 변론도 진행했다. 부부싸움 후 한 달 만에 집을 찾은 남편 C씨는 문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자 C씨는 부모와 함께 현관문의 걸쇠를 부수고 집에 들어갔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측은 C씨 등이 출입문을 파손해 범죄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C씨가 다툼을 한 뒤 집을 나갔으므로 공동주거자의 지위를 가졌는지 따져봐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이는 국가가 개입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가족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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