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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절반, 한밤 기습퇴출한 코인빗···폭탄돌리기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암호화폐 시장의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옥석 가리기에 나선 가운데 업비트에 이어 거래 규모 기준 국내 3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빗'이 한밤중 기습적으로 코인 상장 폐지를 공지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5일 오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 강남센터에 설치된 스크린에 비트코인 차트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 강남센터에 설치된 스크린에 비트코인 차트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빗은 전날 밤 10시쯤 '암호자산 거래 지원 관련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에서 코인 8종의 거래 지원 종료(상장폐지)와 28종의 유의종목 지정을 알렸다. 코인빗에서 거래되고 있는 암호화폐는 약 70종인데 그중 무려 절반이 '부실 코인'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은행 계좌 없지만 거래량 기준 국내 3위 

코인빗은 은행 실명 계좌가 없어 '국내 4대 거래소'로 묶이진 않지만, 거래 규모로만 따지면 오히려 4대 거래소에 해당하는 코빗과 코인원을 앞선다.

1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거래소별 거래 대금은 업비트(3조9325억원), 빗썸(1조1160억원), 코인빗(4666억원), 코인원(3984억원), 코빗(251억원)순으로 나타났다. 톱5 거래소 중 은행 실명 계좌가 없는 곳은 코인빗이 유일하다.

15일 오후 10시에 올라온 코인빗의 상장 폐지 공지. [코인빗 캡처]

15일 오후 10시에 올라온 코인빗의 상장 폐지 공지. [코인빗 캡처]

코인빗이 퇴출한 코인은 렉스(LEX), 이오(IO), 판테온(PTO), 유피(UPT), 덱스(DEX), 프로토(PROTO), 덱스터(DXR), 넥스트(NET) 등 8개다. 코인빗은 거래 지원 종료 시점을 오는 23일 오후 8시로 공지했다.

코인빗은 또 메트로로드(MEL), 서베이블록(SBC) 등 28개 코인은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들 코인에 대한 최종 거래 심사는 23일에 진행된다. 유의 종목 지정은 상장 폐지의 전 단계다.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무조건 상장 폐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투매와 거래량 급감으로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는 것은 매한가지다. 상장 폐지가 결정된 코인들 상당수는 이날 오전 24시간 전 대비 80% 넘게 급락했다.

코인빗은 이들 코인의 거래 종료 및 유의 종목 지정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업계는 정부가 코인 거래소 옥석 가리기에 나선 상태에서, 존폐 위기에 몰린 중소 거래소가 생존하기 위해 부실 코인을 미리 정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업계 1위 업비트도 거래하는 코인 상장폐지를 알리는 등 사실상 '잡코인 솎아내기'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의 상장폐지 공지 이후 다른 거래소들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분위기"라며 "4대 거래소 중에서도 거래 코인이 200개에 육박하는 곳들이 있어 조만간 잡코인 정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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