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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표 떨어질까 번번이 전기료 동결…원가 연계형 요금제 또 무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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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번에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릴 수 있을까.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 차례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던 정부가 다시 전기요금 조정을 검토한다. 최근 국제 유가가 많이 오르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란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하지만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다시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식으로 여론의 눈치만 보다가는 한국전력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4월 재보선 앞두고 한 차례 연기 #기름값 올라 3분기 올려야하지만 #물가 뛰는 데다 여름 다가와 고민 #대선 가까워지면 인상 더 힘들어 #MB 때도 원가반영 하려다 실패 #저유가로 버티던 한전 이젠 한계

한전은 오는 21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부터 원가 연계형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연료비(국제 유가 등) 변동을 분기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겠다는 게 제도의 취지다.

바뀌는 전기요금 고지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바뀌는 전기요금 고지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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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조건을 제쳐놓고 연료비만 생각한다면 3분기 전기요금은 올려야 한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는 강세를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두바이유(72.01달러)와 브렌트유(72.86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70.88달러)는 나란히 배럴당 70달러 선을 웃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면서 석유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5일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전국 평균)은 L당 1576.07원으로 올랐다.

지난 3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할 때는 국민 생활 어려움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한 게 아니다. 최근 오른 물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소비자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3분기에도 전기요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을 앞둔 점도 정부가 고심하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4월(2.3%)과 지난달(2.6%)에 두 달 연속으로 2%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전기요금 개편 방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부]

전기요금 개편 방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산업부]

이런 식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계속 유보하면 원가 연계형 요금제의 시행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대선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리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승훈 서울시립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지금 못 올리는 전기요금을 그때(대선 직전)는 어떻게 올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원가 연계형 요금제는 이명박 정부 때에도 시행하려고 했던 제도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전기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제도 시행을 계속 유보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원가 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하지 못했다.

한전은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3원씩 깎아줬다. 당시에는 국제 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선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지난해 그나마 저유가로 버텼다. (올해)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2018년(-2080억원)과 2019년(-1조2765억원)에 2년 연속으로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한전의 영업이익이 4조86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에는 5716억원의 영업 흑자를 냈다.

15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전의 주가는 전날보다 0.19% 내린 2만6650원에 마감했다. 지난 2월 말 저점(2만2700원)보다는 17% 올랐지만 지난해 말 주가(2만7400원)와 비교하면 2.7% 하락했다.

김남준 경제정책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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