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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와 경찰 여의도 충돌…"과로사 동지 살려내라"vs"감염병예방법 위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택배 노조원들이 도롯가에 정차중이던 트럭을 향해 기습 행진해 앰프 등의 장비를 내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택배 노조원들이 도롯가에 정차중이던 트럭을 향해 기습 행진해 앰프 등의 장비를 내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여기 경찰 없습니다. 도로변 쪽으로 나오세요! 빨리!”
전국택배노조(택배노조)의 ‘상경 투쟁’이 열린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진행자의 지시에 집회장 일대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공원 쪽에 앉은 노조원 수백명이 도로변으로 뛰쳐나갔다. 그 사이 앰프 스피커 등 시위에 필요한 장비를 실은 트럭이 잇따라 도착했다.

노조원들은 장비를 사수하기 위해, 경찰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대치했다. 노조원들은 경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서로 팔짱을 끼고 대오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 노조원들은 결국 앰프를 시위장에 들여놨다. 작전 성공을 자축하는 손뼉을 쳤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택배 노조원들이 도롯가에 정차중이던 트럭을 향해 기습 행진해 앰프 등의 장비를 내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택배 노조원들이 도롯가에 정차중이던 트럭을 향해 기습 행진해 앰프 등의 장비를 내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진행자는 “망할 경찰들이 (집회장에) 앰프도 못 들이게 했다”며 “우리의 힘 있는 단결과 투쟁으로 결국 앰프 반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확성기 등의 기계·기구를 시위 현장에 들이지 못하게 했다.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택배노조를 향해 불법 집회라며 자진해산을 요청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서울 전 지역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발령됐는데 현재 다수가 집결해 불법 집회를 열고 있다”며 “이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공공안전·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택배 노조원들이 도롯가에 정차중이던 트럭을 향해 기습 행진해 앰프 등의 장비를 내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택배 노조원들이 도롯가에 정차중이던 트럭을 향해 기습 행진해 앰프 등의 장비를 내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였다. 우상조 기자/20210615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박2일 동안의 ‘서울 상경 투쟁‘을 벌였다. 우상조 기자/20210615

노조원들의 등에는 ‘분류작업 택배사가 책임지고 즉각 시행하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택배 기사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분류 작업에 대해 택배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택배업계와 노조는 지난 1월과 2월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사회적 합의기구)에서 1차 합의안을 도출했다. 택배 분류작업을 택배 기사의 기본 업무에서 제외하고 분류작업을 할 경우 별도의 비용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택배업계가 분류작업을 전담할 6000명을 투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인력 추가 투입이나 비용 지급 시기 등에서 양측의 입장은 대립하고 있다. 택배사들은 합의안대로 따르는 데에도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 합의 기구 2차 회의가 합의를 하지 못하면서 노조 측은 이튿날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원들이 벌이는 이번 결의대회는 오는 16일까지 1박2일 동안 진행된다. 정부와 택배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 회의 일정에 맞춰 노숙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노조 측은 이날 집회에 조합원 6500명 중 5000여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 추산 인원은 4000명 정도다.

영등포서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다수인원 집결 시 감염병 확산 위험이 있음을 경찰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택배노조는 집회를 강행했다”며 “지능수사과장 등 16명을 수사전담팀으로 편성해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를 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혜·여성국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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