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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보다 더 중요? 인증샷 끌어온다, 구찌·디올의 ‘피팅룸’ 전략

중앙일보

입력

옷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옷을 입어 볼 수 있는 ‘피팅룸’이다. 요즘 이곳에선 옷만 갈아입는 것이 아니다. 거울을 보고 사진을 찍은 뒤 이왕이면 SNS에 ‘인증샷’을 남기기도 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등 사진 기반 SNS에서 ‘피팅룸’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4만5000여 개의 게시물이 뜬다. 대부분 피팅룸 안에서 핸드폰을 들고 거울 앞에서 셀피(셀카)를 찍는 사진들이다. 과거엔 거울이나 하나 달려있을까 말까 했던 좁은 공간이, 마치 패션쇼 하듯 옷을 갈아입고 사진 찍는 놀이 공간이 됐다. 자연스레 오프라인 의류 매장의 피팅룸도 과거와 달리 진화하는 중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피팅룸'으로 검색한 게시물의 수. 4만 건을 훌쩍 웃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피팅룸'으로 검색한 게시물의 수. 4만 건을 훌쩍 웃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조명 색·밝기도 조정하고, 피팅룸 예약도  

서울 홍대 앞 무신사 스탠다드는 ‘라이브 피팅룸’을 운영한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 1개씩 마련된 특별한 피팅룸으로, 상품을 입어보는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라이브로 스트리밍(방송)할 수 있도록 방송용 조명 2대와 휴대폰 거치대를 마련해 놓았다. 다른 피팅룸에 비해 2배 이상 크고, 조명도 색온도와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새 옷으로 갈아입은 뒤 촬영용 조명 아래서 사진을 찍거나 SNS 라이브 방송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들이 꽤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MZ세대들에게 피팅룸은 단순히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장소를 넘어 멋지게 자신의 스타일을 뽐낼 수 있는 공간”이라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 조명과 휴대폰 거치대 등을 준비해 호평을 받고 있다”고 했다.

홍대 무신사 스탠다드의 '라이브 피팅룸.' 옷을 입어보면서 라이브 방송까지 할 수 있는 거치대와 조명 등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무신사

홍대 무신사 스탠다드의 '라이브 피팅룸.' 옷을 입어보면서 라이브 방송까지 할 수 있는 거치대와 조명 등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무신사

패션 브랜드 ‘자라’는 이런 피팅룸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라 온라인 스토어 앱에 들어가 ‘스토어 모드’를 클릭하면 자라 강남역점과 명동 눈스퀘어점의 피팅룸을 예약할 수 있는데, 매장에서 대기할 필요 없이 입장할 차례가 되면 앱을 통해 알람이 전송돼 피팅룸에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스토어를 연동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인 셈이다.

자라는 온라인 스토어 앱에서 오프라인 스토어의 피팅룸을 예약할 수 있다. 사진 자라

자라는 온라인 스토어 앱에서 오프라인 스토어의 피팅룸을 예약할 수 있다. 사진 자라

VIP 대접 제대로 받는 구찌 피팅룸

온라인 쇼핑이 익숙해지고 편리한 요즘, 오프라인 쇼핑만의 차별점을 피팅룸 고급화에서 찾는 브랜드들도 있다. 남다른 대접을 받길 원하는 특별 고객을 위한 전용 피팅룸 전략이다.

서울 이태원 '구찌 가옥'의 vip 피팅룸 내부. 구찌 데코의 가구와 소품들로 꾸며져있다. 사진 구찌

서울 이태원 '구찌 가옥'의 vip 피팅룸 내부. 구찌 데코의 가구와 소품들로 꾸며져있다. 사진 구찌

서울 이태원에 새로 문을 연 ‘구찌 가옥’에도 입이 떡 벌어지는 특별한 피팅룸이 있다. 2층에 2개, 3층에 2개, 4층에 1개로 VIP와 일반 고객을 위한 피팅룸이 층별로 모두 5개 마련되어 있는데, 모두 마치 누군가의 방에 초대된 듯 아늑하면서도 호화스럽게 꾸며져 있다. 구찌가 만드는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라인인 ‘구찌 데코’의 소파와 쿠션, 소품 등이 놓여있어 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맞춤 제작 고객을 위한 전용 피팅룸과 남성 테일러링(맞춤) 상품군을 만나볼 수 있는 전용 피팅룸 등 VIP 고객을 위한 피팅룸이 따로 마련이 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따로 ‘바(BAR)’가 있어서 음료까지 즐길 수 있다. 구찌 측에 따르면 본래 VIP 룸은 호텔 바텐더 경력의 접객 직원이 칵테일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증샷'을 부르는 멋진 인테리어는 요즘 피팅룸이 갖춰야할 요건이다. 사진 구찌

'인증샷'을 부르는 멋진 인테리어는 요즘 피팅룸이 갖춰야할 요건이다. 사진 구찌

패션의 미래, 가상 피팅룸

온라인에서도 '피팅룸'은 중요하다. 소셜 미디어 스냅챗에서 프라다의 가방을 가상 착용해보는 사진. 사진 스냅챗 캡처

온라인에서도 '피팅룸'은 중요하다. 소셜 미디어 스냅챗에서 프라다의 가방을 가상 착용해보는 사진. 사진 스냅챗 캡처

옷을 직접 입어보고 살 수 있다는 게 오프라인 매장만의 특별한 강점일까? 요즘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바로 가상 세계에 구축된 ‘버추얼 피팅룸’ 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도 원하는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가상 피팅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소셜 미디어 스냅챗은 플랫폼 내에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가방이나 옷, 화장품 등을 입어보거나 사용해볼 수 있는 쇼핑 기능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가방을 화면에 띄운 뒤 카메라로 내 사진을 찍어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냅챗은 온라인 패션 편집숍 ‘파페치’와 함께 디지털 방식으로 패션 제품을 입어보고 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가상 피팅룸인 셈이다. 디올도 지난 4월 가상 피팅룸 대열에 합류했다. AR 기술을 활용해 스냅챗에서 디올의 운동화를 신어볼 수 있도록 한 뒤 구매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 패션 전문 매체 WWD에 따르면 디올의 이런 가상 피팅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으며, 광고보다 최대 3.8배의 높은 수익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디올은 스니커즈를 가상으로 신어볼 수 있도록 스냅챗 렌즈를 발매했다. 사진 스냅챗 캡처

디올은 스니커즈를 가상으로 신어볼 수 있도록 스냅챗 렌즈를 발매했다. 사진 스냅챗 캡처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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