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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강조한 고용률 살펴보니…30·40대 코로나 이전 밑돌아

중앙일보

입력

최근 불고 있는 ‘고용 훈풍’이 한국 경제의 ‘허리층’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  30대ㆍ40대의 취업자 수는 15개월 연속 동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55만명으로, 1년 전보다 61만9000명 늘었다. 두 달 연속 60만명대 증가 폭이다. 하지만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45만5000명)이 압도적이다. 20대(10만9000명)ㆍ50대(10만명)에서는 늘었지만, 30대(-6만9000명)ㆍ40대(-6000명)에서는 감소했다.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 11월부터 67개월 연속, 30대도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별도의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30·40대는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로 인해 추세적인 취업자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30·40대의 고용 상황은 단순 ‘취업자 수’ 보다 ‘인구 대비 취업자 수(고용률)를 중심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절대적인 취업자 수는 줄지만, 30ㆍ40대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인구 대비 취업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예컨대 30대 인구는 지난달 15만1000명 감소했는데, 30대의 중기 평균 고용률을 고려하면 취업자 수는 12만명 줄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30대 취업자는 6만9000명 감소하며 취업자 감소분을 5만명 가까이 상쇄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30·40대 고용률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고용여건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30·40 고용률,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못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0·40 고용률,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못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나타나기 전과 비교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달 30대 고용률은 75.6%로 국내에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12월 고용률(77.0%)을 밑돌았다. 같은 달 기준인 2019년 5월(76.0%), 2018년 5월(76.0%)보다도 낮다. 정부는 지난해 5월(75.0%)과 비교해 고용률이 상승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기저효과 덕분이다. 당시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타격이 이미 본격화된 때였다.

지난달 40대 고용률(77.4%) 역시 2019년 12월(78.4%)은 물론, 2019년 5월(78.5%), 2018년 5월(79.2%) 고용률을 모두 밑돌았다.

고용의 질 역시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3040이 코로나19 타격이 큰 업종에서 많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3040 취업자는 도소매 업종에서 10만2000명 감소하며 1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달 줄어든 도소매 업종 취업자(-13만6000명)의 4분의 3은 3040이었던 셈이다. 숙박ㆍ음식점업(-1만8000명), 건설업(-1만명), 정보통신업(-2만6000명), 금융ㆍ보험업(-2만2000명) 등에서도 3040 취업자가 감소했다.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에선 3040 취업자가 3만1000명 줄었는데, 이에 3040 취업자 가운데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19.8%에서 19.7%로 떨어졌다.

반면 공공 일자리가 대부분인 공공행정ㆍ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의 경우 1년 새 3040 취업자가 2만5000명 늘었고, 보건업ㆍ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도 4만9000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30·40대 취업자 가운데 공공행정ㆍ보건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1.6%에서 12.3%로 늘었다.

취업자ㆍ실업자를 제외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쉰 사람도 늘어났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 228만7000명 가운데 22.6%인 51만6000명은 30·40대였다. 지난해 같은 달(49만6000명)과 비교해 2만명(4.0%) 증가했다. 3040 비경제활동인구는 인구 감소와 구직 활동 증가 등의 영향으로 10만8000명(-3.3%) 감소했는데, 되려 ‘쉬었음’ 인구는 늘어난 것이다. 취업 사정이 악화하면서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3040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다른 경제지표와 달리, 고용지표는 아직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도 변화에 따라 늘어난 노동비용과 노동 경직성으로 고용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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