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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1000만 돌파에 박수? 접종률 세계 78위, 여전히 초라하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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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1000만명을 돌파한 10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에게 백신을 접종 받은 시민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1000만명을 돌파한 10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에게 백신을 접종 받은 시민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10일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월 26일 접종 시작 105일만이다. 11일 0시 기준 1056만 5404명이 접종했다. 인구의 20.6%이다. 2차 접종(얀센은 1회만 접종) 완료자는 263만 6135명으로 인구의 5.1%이다.

정부가 꽤 급했던 모양이다. 10일 오전 11시 20분 기자단에게 1000만명 돌파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잠정집계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그동안 매일 오전 9시 30분 당일 0시 기준 접종자를 공개해 왔다. 이날 오전 11시 자료 공개는 이례적이다. 1000만명에 가까워지자 접종자를 셌던 모양이다. 얼마나 몸이 달았으면 그랬을까.

1000만명 돌파에 즈음해서 국내 코로나19 동향도 비교적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500~6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고, 사망자는 하루 2명을 넘지 않을 때가 많다. 치명률도 2월 백신 접종 전 1.8%에서 지금은 1.3%대로 떨어졌다. 최근 한 달만 따지면 0.6%대이다. 백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절절하게 보여준다. 지금의 접종률이 이어지면 코로나 지표가 거의 다 청신호로 바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전문가와 정부를 믿고 예방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신 국민과 예방접종을 안전하게 시행해주신 전국의 위탁의료기관, 예방접종센터 그리고 보건소의 의료진과 실무자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노력이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박수치는 손이 그리 흥겹지 않다. 왜일까. 초라한 국제 성적표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집계에 따르면 12세 이상의 1회 접종률 순위를 보면 한국은 78위에 불과하다. 일주일 전 89위보다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접종 완료 순위는 더 초라하다. 88위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인구 10만명당 일일 접종률이다. 한국은 33위이다. 최근의 백신 열기가 이 순위를 끌어올렸다. 팔뚝을 걷는 사람이 예상을 넘어서면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50만회 분이 모자라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정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부산의 한 동네의원은 접종 후 15~30분 대기실을 만들기 위해 도수치료·수액치료 공간을 없앴다고 한다. 거리두기를 위해 하루 어르신 접종자를 50명으로 제한했다. 어르신을 안심시키려고 원장이 직접 주사한다. 원장은 "수익이 마이너스일 것 같다"고 걱정한다. 이런 의료인의 헌신이 1000만명 돌파의 원동력이 됐다.

국가별 코로나 백신 접종률 순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가별 코로나 백신 접종률 순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은 7일 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백신 도입이 늦다는 불신을 짧은 시간에 극복하고 분위기를 대반전시킨 방역·보건 당국 및 의료진의 수고가 정말 많았다"며 "정부가 접종을 차질없이 진행했다는 점을 자신 있게 알려달라"고 말했다(연합뉴스 보도).

문 대통령은 '백신 도입이 늦다는 불신'이라고 표현했다. '백신 도입이 늦은 실책'을 언급한 게 아니었다. 접종을 차질없이 진행한 건 맞지만 접종 시작이 늦은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은 세계에서 102번째로 접종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면브리핑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에서도 세계적인 모범 국가가 될 수 있다. 코로나 발생 초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았을 때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가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략) 이러한 우리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나간다면 K-방역의 성공에 이어 백신 접종의 성공까지 이루어 내어 국민의 자부심이 되고, 세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K방역' 자화자찬 카드를 꺼냈다.

이달 말까지 1300만명 접종은 무난할 것이다. 어쩌면 1400만명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백신 도입 후진국치고는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꽃으로만 치장하면 탈 난다. 덮는다고 다 덮이지 않는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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